뇌 스트레스 가중, 수면분절·저산소증 동반 … 뇌세포 연결성에 이상 생겨 정보처리능력 감소
수면무호흡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뇌기능이 떨어지고, 뇌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뇌 영상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뇌백질 변성과 뇌세포 간 연결 손상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성인 인구 4~8%가 앓는 흔한 질환으로 수면 중 기도가 막혀 짧은 시간 호흡이 멈추게 된다. 이럴 경우 신체 내 산소공급이 중단되는 저산소증, 뇌가 수시로 깨는 수면분절, 주간졸음, 과수면증,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 심근허혈, 뇌졸중 발병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수면무호흡으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다양한 기전을 통해 뇌가 손상될 수 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집행기능 저하’, 해마 ‘신경세포 손상’,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침착’, 수면 중 혈압 상승으로 인한 ‘미세 뇌경색’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윤 교수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실제로 뇌에 어떤 변화나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면무호흡증 환자 135명(평균 나이 59세)과 증상이 없는 건강한 대조군 165명(평균 나이 58세)의 뇌 영상검사(MRI)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실제로 대뇌백질이 변성(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이 지나가는 부위다. 축삭은 대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즉 백질이 손상되거나 변성이 생기면 뇌의 한쪽 부분에서 다른 쪽으로의 정보 전달이 어려워지게 된다.
또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뇌에선 뇌세포를 잇는 구조적 연결성(네트워크)이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 신경세포 간 연결에 문제가 생기면 뇌의 각 영역끼리 정보를 교환하거나, 정보를 통합·분리하는 과정이 방해를 받아 전반적인 뇌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윤창호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간헐적 저산소증, 교감신경계 활성화, 잠자는 도중 뇌가 깨는 수면분절 등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고 뇌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적 연결성에도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면무호흡증은 뇌의 여러 영역에서 정보처리능력을 저하시키는 위험인자인 만큼 적극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인 치료법은 양압기치료다. 양압기는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기도에 불어넣어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장치다. 잠잘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게 단점이지만 호흡을 한결 편안하게 해 치료효과가 높은 편이다.
윤창호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계속 방치하면 뇌기능이 떨어지고 뇌 조직이 손상돼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를 골거나 무호흡증 증상이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으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이민희 미시건대 박사, 로버트 토마스 하버드대 의대 교수, 한봉수 연세대 교수,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수면연구학회(Sleep Research Society) 공식저널인 ‘수면(SLEEP)’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