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업무 복귀에 대한 부담감 탓에 우울증, 무기렴감 같은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잖다. 가뜩이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무더위까지 겹치다보니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새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잠을 잘 자려면 빛이 줄고 체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여름에는 낮이 길고 기온이 높아져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휴가 후유증과 불면증이 지속되면 집중력 저하나 졸음으로 다음날 업무효율이 떨어지거나, 각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휴가 후유증 극복과 건강한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꿀잠’ 비법을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실내온도와 체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침실의 온도와 습도를 수면에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여름철 수면에 적당한 온도는 24~26도 정도다. 밤새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 놓으면 습도가 과도하게 떨어지면서 호흡기 계통이 건조해져 상기도감염(감기)에 취약할 수 있다.
불면증 해결을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금단 증상을 유발하거나, 의존성을 높일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제약 기술의 발달로 내성이나 부작용이 없는 수면제가 개발됐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인 의존성에서 헤어날 길 없다. 즉 불면증이 심하다면 전문의 상담 후 단기간에만 수면제를 사용하고, 올바른 수면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깊은 잠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약이다. 건강한 숙면 습관만 가져도 여름철 휴가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다. 정석훈 교수는 “뇌 속 생체시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항상 일정한 시간에 기상해 활동하는 게 좋다”며 “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거나,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어 어제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하면 ‘불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잠이 오지 않는데 무조건 잠자리에 드는 것은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고 눈이 말똥말똥한 상태가 지속되면 차라리 잠자리에서 나와 컴컴한 마루 같은 곳에 명상하거나, 눈을 감고 있으면 조금씩 잠이 오게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숙면에 도움된다. 땀이 촉촉하게 날 정도로 하루에 30분가량 유산소운동을 해주면 가벼운 수면장애 증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 잠들기 전 2시간 이내에 운동하거나, 몸을 너무 격렬하게 움직이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더위를 쫓는다고 공포영화를 볼 경우 잠을 설칠 가능성이 높다. 저녁 늦게 공포영화나 액션영화 등을 보면 시각자극이 뇌로 전달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신체 전반이 각성 상태가 된다.
커피·녹차·홍차·콜라·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담배 등도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캔은 직장인의 ‘로망’이지만 숙면엔 좋지 않다. 술은 수면뇌파를 변화시켜 잠이 들더라도 깊은 잠을 못 자고 자꾸만 깨도록 만든다.
잠들기 전 두 시간 이내에 과식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다만 배가 너무 고파도 잠을 이루기 어려울 수 있어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셔주면 된다. 수박이나 시원한 음료를 너무 많으면 밤에 요의를 느껴 수면 중 깨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침실 환경을 조용하고 쾌적하게 만들어 편안한 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음과 빛을 최소화한 뒤 얇은 소재의 시원한 잠옷을 입고 얇은 이불로 배를 덮어주면 숙면을 취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