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개수·컨디션 등 주요 제품 불매운동 목록 올라 … 윤 회장 장남이 공동대표로 경영 계속 논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막말 유튜브 영상’ 파문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임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조회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설명하며 극보수 성향의 유튜버 ‘리섭티브이’ 영상을 시청하도록 해 문제가 됐다.
이에 온라인 상에선 콜마 관련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이 회사가 위탁제조한 화장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지난해 인수한 씨제이헬스케어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콜마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위탁생산(OEM) 사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2018년에는 씨제이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3600억원을 차입하고 재무적투자자(FI)와 공동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씨케이엠(CKM)이 6000억원을 추가 조달하면서 약 73%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한 탓에 차입금 및 이자 상환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고객은 애터미,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 300여개 업체다. 주문제작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B2B(기업 대 기업) 사업모델이지만 국내 여론은 이미 고객사 제품도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콜마 측은 안절부절 못하는 분위기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 롯데홈쇼핑 등은 콜마가 위탁생산한 브랜드 제품에 대한 방송을 중단해 협력 중소기업 및 유통업체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 비교적 브랜드 노출이 적은 코스메틱 제품에 반해 씨제이헬스케어는 직접 소비자에가 판매하는 숙취해소제, 음료 제품이 많아 불매운동에 따른 직접적 피해가 전망된다.
12일 트위터와 불매운동 온라인커뮤니티 등엔 씨제이헬스케어가 생산하는 ‘컨디션’, ‘컨디션CEO’, ‘헛개수’ 등 음료 제품이 목록에 등장했다. 이 가운데 컨디션은 지난해 기준 약 4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헛개수 등 숙취해소제는 이 회사 연 매출의 약 20%인 1200억원을 벌어들이는 효자 상품이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이 거세질 수록 회사 피해에 직접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씨제이 측이 생산 판매하는 만성신부전증치료제 ‘씨제이크레메진세립(구형흡착탄 경구제)’도 이번 사태로 재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치료제는 2005년 일본 제약사 구레하로부터 도입한 전문의약품으로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한 요독증 개선 및 투석도입시기를 지연시키는 데 처방된다. 최근 한 언론이 이 치료제의 생산공장이 원자력 발전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현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불매운동과 맞물릴 경우 국산 대체약을 찾는 의료기관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향후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한국콜마홀딩스는 윤 회장과 부인 김성애씨, 장남 윤상현 한국콜마 대표이사, 차녀인 윤여원 한국콜마 전무 등 일가가 45.2%의 지분을 쥐고 있어 사실상 회사 경영권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윤 회장의 장남 윤상현 대표는 현재 씨제이헬스케어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 형식만 빌린 탓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며 “씨제이헬스케어 공동대표가 윤 회장의 장남인 만큼 회사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