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모 씨(38·여)는 얼마 전 설거지를 하던 중 갑자기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집 근처 병원에 가봤지만 손을 많이 써서 그렇다는 말만 들었을 뿐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대학병원을 찾은 결과 병명도 생소한 사구체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구체는 모세혈관이 실뭉치처럼 얽힌 혈관덩어리로 피부 아래 인접 부위에 위치해 체온조절을 돕는다. 사구체종양은 5~10㎜ 크기에 작은 자줏빛을 띠는 양성종양으로 여성에서 잘 발생한다. 보통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고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통증이 있더라도 금방 사라져 수년 동안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
손톱이나 발톱 아래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통증 부위를 누르거나 스칠 때, 찬물에 손을 넣었을 때 통증이 악화된다. 겨울철에는 찬바람만 맞아도 욱신거리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종양이 있는 부위의 손·발톱이 갈라지거나, 변색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힘들다. 종양 발생 후 치료가 지연되면 수지골(손가락뼈)이 함몰될 수 있다. 종양 크기가 작아 초음파검사로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MRI)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사구체종양은 수술이 표준치료법이다. 종양이 보통 손톱 밑과 뼈 사이에 위치하므로 손톱을 들어낸 뒤 종양을 제거한다. 수술엔 약 30분이 소요된다.
손끝이 찬물에 닿을 때 저린 통증이 발생하거나, 볼펜 끝으로 손톱 뿌리 부분이나 손톱 주변을 누를 때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다면 정형외과 중에서도 수부외과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박종웅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사구체종양은 손에 생기는 종양의 약 1%를 차지하는 드문 양성종양”이라며 “최근엔 사구체종양절제술 시 가능한 손톱을 절개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함으로써 수술 후 손톱이 갈라지는 기형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