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여행가기에 한창 좋은 계절이다. 일본의 경제도발로 예년보다 국내 피서객이 많은 올해라 더욱 섬으로 가는 배편이 밀릴 것이다. 1시간 안팎이야 멀미할 사람이 적겠지만 홍도, 울릉도 등 먼바다의 섬을 배로 간다면 멀미에서 자유로을 사람이 별로 없다.
멀미는 정확하기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불쾌한 느낌(오심)과 함께 심할 경우 구토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자동차, 배, 비행기를 타면 인체 평형감각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의학용어로는 동요병(動搖病 motion sickness)이라 한다.
멀미 일반약으로는 크게 항콜린제, 항히스타민제가 쓰인다. 항콜린제의 대표적인 게 스코폴라민(scopolamine) 성분이다. 단일 성분의 먹는 약과 어린이용 패취는 전문약에 속한다. 스코폴라민 성분 패취로 유명한 게 명문제약의 ‘키미테패취’다.
스코폴라민은 벨라돈나 알칼로이드 계열 항콜린제다. 말초전정계(세반고리, 이석기관 등), 전정핵, 중추전정계로 전달되는 평형감각 관련 신경전달과정에서 구토중추에 영향을 미치는 콜린성 신경전달을 차단한다.
패취제는 흡수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승차 또는 승선 전 최소 4시간 전에 붙여야 한다. 귀 뒤의 털이 없는 부분에 부착해야 흡수가 잘 된다. 패취를 붙인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특히 손으로 눈을 부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패취를 만진 손으로 바로 눈을 부비면 항콜린 작용에 의한 산동(散瞳, 동공확대)으로 시야가 흐려질 수 있다. 또 약효가 의외로 세게 나올 경우 소변이 덜 나오거나, 땀이 덜 나 더위를 타거나, 목이 마를 수 있다. 탈수가 우려되므로 패취 부착 상태에선 운동이나 사우나를 피해야 한다. 즉각 패취를 떼면 이렇다할 부작용은 피할 수 있다.
만약 부착했던 패취가 떨어지면 새 패취를 반대편에 다시 붙여야 한다. 패취의 효과는 3일 간다.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해서까지 붙이고 있을 필요가 없다. 한번에 패취 한 개를 붙여야 한다. 두 개 붙이면 과량으로 부작용이 생긴다. 성인용 패취는 스코폴라민 1.5㎎, 어린이용 패취는 0.75㎎이다. 어린이용 패취는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성인용 패취를 반으로 잘라 어린이게에 쓰면 약효가 제대로 나지 않거나 금세 사라질 수 있다.
스코폴라민 과민증, 협우각형 녹내장, 서맥, 전립선비대증 등 배뇨장애, 임부, 수유부, 7세 미만 영유아에 해당하면 사용해서는 안 된다. 2시간 이상 배를 타고 가는 장거리 섬여행이나 바다낚시에는 패취제가 사실상 필수적이다. 이보다 짧은 여행엔 대개 먹는 약으로 멀미를 예방 또는 완화시킬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s)는 히스타민(H1) 수용체를 차단해 멀미를 가라앉히는 대표적인 약이다. 액제, 츄어블정, 정제, 시럽, 껌 형태의 제품이 나와있다. 항히스타민제는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내이 속 미로(迷路, labyrinth)의 과도한 전정기능을 억제한다. 이로써 아세틸콜린에 의한 신경흥분을 감소시키며 구토중추 활성화를 억제한다.
항히스타민제 성분으로 디멘하이드리네이트(dimenhydrinate), 메클리진(meclizine), 프로메타진(promethazine) 순으로 많이 쓰인다. 부성분으로 카페인, 피리독신(pyridoxine, VitB6)과 니코틴산아미드(nicotinic acid amide, VitB3), 항히스타민제인 클로르페니라민(chlorpheniramine) 또는 독시라민(doxylamine, 수면유도제) 등이 주로 첨가된다. 비타민B군은 각성 유지 및 피로회복 용도로 들어간다.
디멘하이드리네이트는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하이드라민(diphenhydramine)과 클로로테오필린(8-chlorotheophylline)이 염 형태로 묶여져 있는 복합제제로 각각 53~56%, 44~47%로 섞여 있다. 디펜하이드라민은 본래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항히스타민제로 개발됐지만 진정, 졸음 작용이 강해 일시적 불면증에 수면유도제로 사용된다. 콧물, 재채기, 코막힘, 두드러기, 피부 가려움 완화 효과가 있어 코감기약, 종합감기약, 외용제 등에 활용되고 있다.
클로로테오필린은 중추신경 자극 및 각성 작용이 있는 약물이다. 홍차나 녹차의 각성물질이 바로 테오필린 계열이다. 졸리는 디펜하이드라민과 각성 작용이 있는 클로로테오필린을 배합함으로써 멀미로 인한 오심 증상은 줄이되 지나치게 심신이 가라앉는 것은 막는 효과를 노린 게 디멘하이드리네이트 복합제 성분 멀미약의 주된 효과다. 멀미약을 먹고 졸리는 이유는 바로 디펜하이드라민에 있으나 클로로테오필린 또는 첨가된 카페인의 견제로 축 처지는 것을 극복할 수 있다.
메클리진은 멀미에 가장 강력한 스코폴라민, 그 다음으로 효과가 좋되 스코폴라민에 비해 부작용이 크게 적은 디멘하이드리네이트에 이어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프로메타진은 멀미에도 효과적이지만 방사선치료 또는 화학항암치료에 따른 암 환자의 오심, 구토를 다스릴 때 독보적인 효과가 있다.
디멘하이드리네이트, 메클리진, 프로메타진 등은 멀미 외에도 전정미로염과 메니에르증후군 등에 의한 어지럼증(현기증)으로 인한 구역, 구토, 어지럼증, 식욕부진 등에 사용한다.
시중 약국에서 판매되는 주요 멀미약으로 일양약품 ‘보나링에이정’(성인용)은 디멘하이드리네이트만 50㎎ 들어 있다. 멀미, 어지럼증, 메니에르증후군, 방사선치료에 의한 오심(숙취)에 사용된다.
건풍제약의 ‘이지롱내복액’은 디멘히드리네이트 50mg, 카페인무수물 20mg, 피리독신염산염 5mg이 들어 있다. 디멘하이드리네이트과 스코폴라민을 혼합한 제품으로는 일양약품의 ‘보나링츄어블정’(각 20㎎, 0.125㎎, 어린이용)이 있다. 부광약품 ‘뱅드롱액’은 메클리진 25mg, 카페인무수물 25mg,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 2mg, 피리독신염산염 10mg이 들어 있다.
태극제약 ‘메카인정’(성인용)은 메클리진 25㎎, 스코폴라민 0.2㎎, 무수카페인 20㎎이 들어 있다.
액제나 정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가루약도 나와 있다. 영일제약의 ‘보미롱산’은 메클리진 25㎎, 스코폴라민 0.1㎎이 함유돼 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나 젊은 여성이 선호하는 편이다.
디멘하이드리네이트와 피리독신을 함유한 껌 형태로 새한제약 ‘피크니에프껌(각 10㎎, 25㎎, 수출용)이 있다.
삼익제약의 ‘소보민시럽’(어린이용)은 디멘하이드리네이트 20㎎, 카페인 3㎎, 니코틴아미드 5㎎, 피리독신 2.5㎎을 함유한다. 이 회사의 ‘노보민시럽’(성인용)은 메클리진 25mg, 무수카페인 20mg, 피리독신염산염 5mg이 들어 있다.
도파민(D2)수용체길항제는 주로 구토·오심·식체에 쓰이지만 멀미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일반약 성분인 돔페리돈(Domperidone)은 구토나 멀미를 일으키는 도파민(dopamine)이 위나 뇌 속의 도파민 수용체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증상을 억누른다. 동아제약 ‘멕시롱액’(하루 최대 3병까지, 한병에 10㎎)이 있다.
한편 사노피아벤티스의 ‘부스코판당의정’은 부틸스코폴라민브롬화물로서 1정에 10㎎이 들어 있다. 진경제로 복통 위장관경련에 쓰이며 진통제와 주로 병용한다. 같은 항콜린제이지만 멀미약으로 쓰이는 스코폴라민과는 약효가 전적으로 다르다.
항히스타민 계열의 멀미약은 일반적으로 탑승 또는 승선 전 30분(15~60분)에 복용하면 된다. 효과가 4시간가량(3~6시간) 지속되므로 하루 3번까지 4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면 된다. 3일 이상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스코폴라민 성분이 함께 들어 있으면 하루 2번으로 제한된다.
항히스타민제나 항콜린제 계열의 멀미약은 공통적인 부작용으로 입이 마르고 시야가 떨리고 소변이 잘 안 나온다. 또 땀 분비가 감소하고, 녹내장을 악화시키며, 맥박이 쓸데없이 자주 뛰고, 변비를 유발하므로 해당 증상으로 평소 고생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적절하게 수분을 보충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탈수를 유발하는 음주도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 멀미약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운전 또는 위험한 기계조작을 피해야 한다. 또 이들 약은 진토제, 감기약, 항히스타민제, 진정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효가 과도해져 축 처지는 등 부작용이 생기므로 병용을 삼가야 한다.
TIP, 멀미를 예방하려면
1. 요동이 적은 좌석에 앉는다. 버스나 승용차는 가급적 앞쪽, 비행기는 날개 근처, 배는 가운데 또는 갑판 위의 좌석이 좋다.
2. 가급적 차량 또는 선박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앉는다. 직접 운전하는 게 옆에 타고 가는 것보다 멀미가 덜 난다.
3. 차 안에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을 삼가고 가급적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본다.
4. 환기를 자주해서 신선한 공기를 피하고 직간접적인 흡연은 피한다.
5. 출발 2시간 전에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식사를 마친다. 음식물이 꽉 찬 채로 출발하면 소화기 주위에 혈액이 몰리고 정체돼 다른 인체기관의 기능이 저하되고 멀미가 유발 또는 가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