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와 레저스포츠 발달로 퇴행성관절염이나 골절 같은 관절질환 환자가 늘면서 수술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무릎관절(슬관절)질환에 대한 인공관절수술 건수는 2012년 5만2741건에서 2016년 6만5544건으로 1만2803건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남녀 모두 70대가 가장 많았고, 전체 연령대 중 60대 이상이 92.9%를 차지했다.
수술 건수가 늘면서 일부 병·의원이 수익 증대를 위해 무리하게 수술하다가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첨단치료법’이라는 이유로 기존 수술과 임상 예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로봇 인공관절수술·컴퓨터내비게이션 등을 권유해 수술비를 더 비싸게 받기도 한다.
최근 A보험사가 B병원이 골절 의심 부위에 일반적인 수술을 시도하지 않고 바로 인공관절수술을 실시해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구상금(타인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이 먼저 배상한 뒤 당사자에게 변제를 청구하는 것)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것은 과잉 인공관절수술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014년 7월 경기도 안양의 한 주차창에서 차에 치인 C씨는 B병원에서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대퇴부 경부골절을 진단받고 이후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았다. A보험사는 C씨를 자동차로 친 가해자 D씨의 진료비를 C씨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보험사는 “C씨는 사고로 인해 우측 대퇴부 경부 골절상을 입지 않았고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을 필요도 없었는데, B병원 소속 의사가 오진하고 인공관절치환술을 실시했다”며 “B병원은 오진 등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또는 부당이득금 등 명목으로 치료비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 측은 “환자인 C씨는 평소 술을 자주 마셔 무혈성 괴사 가능성이 높고 같은 부위를 수술한 병력이 있어 우측대퇴부 경부골절상 진단엔 과실이 없었다”고 맞섰다. 뼈와 관절이 모두 심하게 상한 만큼 인공관절수술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골절 의심 부위에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인 나사를 이용한 고정술을 시도하지 않고 바로 인공관절수술을 실시한 것은 골절상에 대한 치료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병원은 보험사에게 치료비 1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같은 부위가 골절된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 대퇴골두가 심하게 손상됐다고 보기 어렵고, 기타 진료기록 등에 무혈성괴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인공관절수술은 모든 치료법을 먼저 시행한 뒤 마지막 단계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사례처럼 인공관절수술은 관절염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 △신경병성 관절증을 앓았던 환자 △당뇨병 또는 말초혈관질환 환자 △ 연부조직 불량 및 운동·감각장애 동반 환자 △스테로이드 장기투여 경험자 △심한 골다공증 환자 △심한 개방성 골절 등에 해당되는 환자에 한해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과잉진료 외에 항생제 등 약물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인공관절수술 1건 당 예방적 항생제 사용일수는 평균 7.79일로 국제 가이드라인 권고보다 최대 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보다 항생제 예방투여량은 많았지만 수술 부위 감염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다.
현재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와 세계근골격계감염학회(MSIS) 가이드라인은 예방적 항생제 사용을 2일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보다 적은 수술 전 1일 투여만 권고한다.
나영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항생제를 장기간, 다량 투여하는 이유로는 선배 또는 동료 의사들도 그렇게 해왔다는 ‘관행’, 감염으로 인한 재수술 부담 등을 꼽을 수 있다”며 “다만 현재 가이드라인이 환자의 개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형 항생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항응고제가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학계에선 인공관절수술 후 주요 합병증인 정맥혈전색전증(VTE, venous thromboembolism)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바이엘)’, ‘와파린(제일약품)’, ‘자렐토(바이엘)’ 같은 항응고제를 사용해왔다.
정맥혈전색전증은 심부정맥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과 폐색전증(PE, pulmonary embolism)을 포함한 개념으로 정맥에 생성된 혈전(피떡)이 혈관을 막아 혈류의 흐름을 차단해 극심한 흉통 호흡곤란과 실신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은 정맥혈전색전증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수술 과정에서 혈관내피가 손상되고, 장시간 누워있는 수술 자세와 지혈대 사용 등으로 혈류가 저하되는 등 혈전이 생성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정맥혈전색전증 발생 위험이 훨씬 낮아 현재보다 항응고제 사용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 정형외과 전문의는 “선행 연구에 따르면 혈전 호발 성향을 보이는 ‘F5 유전자 돌연변이(Factor V Leiden)’가 서양인 인공관절수술 환자의 5~8%에서 발견된 반면 국내 환자에선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즉 아시아인은 혈전 발생 빈도가 낮고 혈전이 생겨도 정맥혈전색전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아 항응고제 처방 등 예방치료의 필요성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항응고제 시장은 연간 9000억원 규모로 제약회사들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로비전이 치열하고, 이로 인해 의료진이 불필요한 약물을 과도하게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류 의학계는 아시아인의 정맥혈전색전증 발병 위험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합병증을 최소화하려면 현재 가이드라인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 교수는 “최근 고령인구 증가로 각종 수술을 받는 환자가 늘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정맥혈전색전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몇몇 연구결과만 보고 항응고제 처방량을 줄이거나, 아예 처방하지 않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개원가에서 확대되고 있는 로봇 인공관절수술, 컴퓨터 내비게이션 이용 맞춤 인공관절수술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환자의 뼈 모양과 상태에 맞게 최적의 절골 위치, 교정 각도, 절삭 경로 등을 설정하고 피부절개 후 수술용 로봇을 조작해 뼈를 깎고 새 관절을 삽입한다. 사전에 수술계획을 세워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미세한 손떨림 등이 없어 안전성과 정확도가 높다. 국내에선 이춘택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병원이 확대되는 추세다.
내비게이션 인공관절수술은 내비게이션이 자동차의 목적지를 안내하듯 컴퓨터가 인공관절의 삽입위치, 인대의 내외측 균형, 관절 운동각도 등을 정확히 예측해 수술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첨단 치료법이라고 해서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주장한다. J 정형외과 전문의는 “사실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손기술이 좋은 관절 전문의들은 로봇이나 내비게이션시스템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며 “로봇이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자신의 관절과 완벽하게 맞는 인공관절을 삽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은데, 현재 기술로는 맞춤관절도 소수점 이하까지 일치하는 게 아니라서 ‘100% 맞춤’이라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K 정형외과 전문의는 “로봇·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이 전통적인 치료법보다 임상 예후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그 반대의 연구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며 “아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컴퓨터나 로봇장비를 들여오는 데 소요된 막대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수술비만 비싸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