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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이상 흡연여성 피임약 구입 어렵다? … “여기 있습니다”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8-05 03:29:25
  • 수정 2019-11-15 18: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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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4일 판매금지 조치 … 혈전생성 위험·약물 상호작용 등 안전 고려한 복약지도 필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5세 이상 흡연 여성’에게 복합경구 사전피임제(일반의약품)의 판매를 지난달 14일부터 금지했다. 이는 지난 6월 28일 해당 의약품에 경고 조항을 추가하도록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식약처는 데소게스트렐·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 등 일반약 17품목과 전문약 3품목의 허가사항 변경안을 확정했다. 표시사항 변경은 한 달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5일 일제히 반영된다.

이번 변경안에는 경고 항목에 ‘35세 이상 흡연자는 투여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추가되고 ‘35세 이상 흡연자’와 ‘선천성 또는 후천성 과응고병증 환자’는 투여 금지(금기)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여성 흡연자가 경구피임제를 복용할 경우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며 나이와 흡연량 대비 혈전증 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 사항을 반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여성 흡연율은 약 6.4%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홍보 미흡, 약사의 관심 부족, 복약지도 소홀로 일선 약국에선 35세 이상 여성이 피임약을 아무런 구입할 때 아무런 체크를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경기 모 지역 약국을 돌며 피임약 구입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9곳 중 1곳을 제외하고는 나이나 병력을 묻지 않고 “여기 있습니다”라며 가격을 이야기했다. 시행 한 달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적극적 복약지도 안내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피임약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유사체가 주성분인 합성의약품으로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내막을 위축시키며, 경관을 끈적한 점액으로 막아 임신을 방지한다. 에스트로겐은 난포성장을 저해하고, 프로게스테론은 배란을 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에스트로겐은 동맥경화와 혈전 생성을 가능성을 높인다.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면 간에 영향을 줘 중성지방 생성이 활발해지는데 중성지방이 혈관벽에 침착하면 염증 수치를 높이는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이 함께 증가한다. 이 때 혈액이 응고하게 하는 효소 ‘트롬빈’이 늘어나 혈전 생성을 쉽게 만든다. 혈전이 생성이 많아지면 혈관을 막는 등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대한두통학회는 흡연자가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딱딱하게 만들어 뇌졸중 위험이 10배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이는 나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35세 이상에선 폐색전증, 뇌졸중, 심혈관 질환, 밀초혈관 질환 등 발병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루 15개비 이상 흡연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을 동반한다면 더 위험하다.

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여성호르몬에 예민한 질환이 있는 여성도 조심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두통이 오기 전에 눈이 잘 안보이는 등 증상이 나타나는 ‘조짐편두통’이 있는 여성은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면 뇌졸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4배까지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조짐편두통이 있는 사람은 여성호르몬 변화에 예민하고 뇌 백질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 뇌졸중 위험이 높다.

이밖에 출산 후 21일이 지나지 않은 모든 산모, 혈전 위험인자가 있는 출산 후 21~42일 경과된 산모, 수술 후 장기안정 필요 환자, 과거 정맥혈전색전증 또는 폐색전증을 앓은 환자, 유전성 혈소판 감소증 환자,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환자(양성 항 인지질 항체보유), 질 출혈이 잦거나 유방암 병력이 있는 사람 등은 가급적 경구피임제를 피하는 게 좋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35세 이상 흡연 여성이 피임을 원할 때 프로게스테론 성분이 단독으로 들어있는 경구피임약이나 자궁내 피임장치를 추천하고 있다. 여기서 피임약은 혈전이 생성될 위험성이 비교적 적은 경구 피임약은 2세대 제품을 권고하고 있다.

경구피임제는 프로게스틴의 종류에 따라 2, 3, 4세대로 나뉘며 에스트로겐 함량이 낮을수록 혈전 생성 위험이 적다. 1세대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이 고함량(0.05㎎ 이상) 들어 있어 부작용이 심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엔보이드’(성분명 메스트라놀)는 합성 에스트로겐인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의 전구약물(prodrug)을 함유하고 있다. 1세대 약은 프로게스테론 성분으로 노르에틴드론(norethindrone), 노르게스트렐(norgestrel) 등이 복합됐다.

이후 만들어진 경구피임제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량을 0.02~0.03㎎으로 줄이고 새로운 합성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추가했다. 프로게스테론 성분으로 2세대는 레보노르게스트렐(Levonorgestrel), 3세대는 데소게스트렐(Desogestrel) 또는 게스토덴(Gestodene), 4세대는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 등이 사용된다. 이들 성분은 구조적으로 거의 같지만 주의해야 할 부작용에서 차이가 난다.

2세대는 정맥색전혈전증 위험도에, 3세대는 동맥색전혈전증에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세대는 여드름 개선, 체중감소 등 이점이 있으나 혈전 생성 위험은 2, 3세대보다 높다. 비만, 다리부종, 정맥색전혈전증 가족력이 있으면 2세대 약, 두통·고혈압·당뇨병이나 뇌졸중 가족력이 있으면 3세대 약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어린이·여성건강을 위한 약사모임(어여모)은 밝혔다.

이번에 허가사항이 변경된 의약품은 데소게스트렐·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알보젠코리아 ‘머시론정’, 현대약품 ‘보니타정’, 유한양행 ‘센스데이정’, 동국제약 ‘릴리애정’, 다림바이오텍 ‘디안나정’, 크라운제약 ‘쎄스콘미니정’ 등), 게스토덴·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한국화이자제약 ‘미뉴렛정’, 광동제약 ‘센스리베정’, 동아제약 ‘마이보라’·‘멜리안정’, 녹십자 ‘디어미정’ 등), 레보노르게스트렐·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한국화이자제약 ‘에이리스정’, 현대약품 ‘라니아정’, 경동제약 ‘애니브정’, 동아제약 ‘미니보라30정’·‘트리퀼라정’, 크라운제약 ‘플래나정’ 등), 드로스피레논·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바이엘코리아 ‘야즈정’·‘야스민정’ 등), 디에노게스트·에스트라디올 복합제(바이엘코리아 ‘클래라정’) 등 5종류 20개 품목이다.

어여모 측은 “35세 이상 흡연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하려면 금연 후 최소한 1년이 지나야 한다”며 “금연과 동시에 혈전 생성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어 금연 1년 후부터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번 표시사항 변경에서 바이엘코리아의 야스민정엔 ‘에스트로겐 성분이 갑상선-결합 글로불린(thyroid-binding globulin), 성호르몬-결합 글로불린(sex hormone-binding globulin), 코르티솔-결합 글로불린(cortisol-binding globulin) 등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어 갑상선호르몬 또는 코르티솔 대체요법 시 용량 증가가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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