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2007년 세계 최초로 단일기관 위암수술 2만례를 달성한 지 12년 만인 2019년 8월 2일에 누적 3만례를 돌파했다. 이는 객관적 근거자료에 따라 1955년 이후의 수술만을 집계한 기록으로 사실상 1955년 이전의 수술 건수는 합산되지 않은 수치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위암수술 건수에 대해 양한광 이 병원 위암센터장(외과 교수)은 “한국은 물론 외국의 환자도 더 많은 혜택을 보도록 최선의 치료를 찾기 위해 병원 각 구성원들이 역할을 다했으며, 환자들도 이에 부응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의료계에서는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의무기록에 기재된 자료를 후향적으로 분석해 실제 발생률보다 적게 보고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서울대병원 위암센터는 합병증의 종류와 발생률을 전향적으로 전수 집계해 왔다. 2013년부터 집계된 통계 결과에 의하면 이곳 위암수술 후 사망률은 0.12%에 불과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혁준 교수(위장관외과 분과장)는 위암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수술적 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내과적 문제까지 포함하더라도 총 22%이며, 그 중 클라비엔-딘도 분류에 따른 수술 후 합병증 중등도 3A 이상, 즉 중재시술이 필요한 의미 있는 합병증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이다.
위암센터 의료진은 합리적인 최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2005년부터 시행해왔다. 암 치료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위장관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이는 ‘다학제 집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2019년 7월까지 총 348회 개최된 위암 다학제 집담회를 통해 2583건의 증례가 도움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위암수술을 받은 환자 중 5800여명 이상을 임상연구에 참여시켜 ‘세계 최고의 위암 치료 및 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 연구결과는 위암의 치료방침 결정에도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 2~3기 위암에서 근치적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유용성을 증명했던 ‘CLASSIC’ 연구, 4기 위암에서 수술을 동반한 항암화학요법보다는 1차적인 항암화학요법을 권고하게 한 ‘REGATTA’ 연구는 서울대병원이 주도한 다국가 다기관 연구의 대표적 사례다.
양한광 교수가 주도해 한국의 위암복강경수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KLASS)’도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 중이다. 위암수술에서 복강경수술의 안전성을 증명했고(KLASS-01, 02, 03 연구), 기능보존수술과 축소수술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도 주도하고 있다(KLASS-04, 05 연구).
세계 최대 의학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에서 2011부터 2015년까지 ‘위암’을 키워드로 H-인덱스(H-index: 연구 생산성·영향력 지수)를 분석한 결과 방영주 종양내과 교수가 세계 5위, 김우호 병리과 교수가 6위, 양한광 외과 교수가 12위, 이혁준 외과 교수가 28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절제수술’을 키워드로 분석하면 양한광 교수가 세계 8위, 이혁준 교수가 18위, 박도중 교수가 36위를 차지했다.
서울대병원 위암 분야의 높은 명성은 매년 수십여 명의 해외의학자들이 위암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8년 이후 방문자 수가 302명에 이른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의료선진국의 의학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세계적 위암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드러내준다.
위암 치료는 수술에서 끝나지 않고 퇴원 후까지 이어진다. 서울대병원 위암센터는 만연하는 잘못된 의학정보를 바로 잡고, 환자와 가족들이 수술 후 정확한 정보를 습득해 잘 회복할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을 위한 위암 통합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위장관외과 전문의, 종양내과 전문의, 간호사, 영양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보를 전달한다. 환자교육은 2004년 시작해 지금까지 750차례 진행됐고 참여자는 1만8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위암수술 후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환자들도 강사로 나서 자신의 경험을 전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