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준 성균관대 교수팀 연구 … 소리높이 감소 보청기와 비슷, 보청기 대체 확대해석은 삼가야
문일준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조영상 임상강사팀은 비싼 가격 탓에 보청기 착용을 망설였던 난청 환자에게 소리증폭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국내 난청 환자의 보청기 사용률은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다. 통계에 따르면 청각재활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 난청 환자의 12.6%만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증폭기는 보청기와 유사하지만 보청기의 여러 기능을 간소화해 주로 소리만 키워주는 장치다. 기능이 간소화된 대신 보청기보다 가격이 저렴해 난청 환자들의 관심이 크지만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아직 국내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았고 미국에서는 40만원대 이하로 구매할 수 있다. 반면 보청기는 기능에 따라 수 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문 교수팀은 난청 환자 56명을 중증도에 따라 경도 19명, 중등도 20명, 중등고도 17명으로 나누고 소리증폭기와 보청기를 번갈아 착용케 했다. 보청기는 일반형(6채널)과 고급형(64채널)을 사용했다. 제품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현재 어떤 기기를 착용했는지 모르도록 했다.
연구 결과 중등도 난청까지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 면에서 소리증폭기와 보청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등도 난청 환자가 조용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소리높이는 기존 50.2㏈에서 증폭기 착용 후 40.5㏈로 낮아졌다. 이는 일반형 보청기의 39.7㏈, 고급형 보청기의 39.2㏈과 대동소이한 수치다.
환자 선호도는 소리증폭기가 경도 난청에서 37%를 보였고, 중등도 난청에서 50%로 가장 높았다. 다만 중등고도 난청부터는 고급형 보청기의 우세가 확연했다. 조용한 상태에서 고급형 보청기 착용군은 소리증폭기 착용군보다 소리높이가 13.8㏈ 낮아져도 상대방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소음 상태에선 소리높이가 2.7㏈ 낮아져도 청음이 가능했다. 또 중등고도 난청 환자는 고급형 보청기를 더 선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보청기 착용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소리증폭기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일 뿐 보청기를 대체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개인이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소리증폭기는 적절한 관리가 어려워 난청이 악화될 수 있고, 난청 정도가 심하면 아예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서다. 이로 인해 사용 전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 및 진료가 필수다.
문일준 교수는 “난청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고령사회에서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난청 정도가 심하지 않고 가격 부담으로 보청기 착용이 어려운 환자는 소리증폭기를 이용해서라도 난청을 적극 해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2012년 삼성전자와 함께 청각연구실을 개소했다. 홍성화 실장(삼성창원병원 원장)과 문일준 부실장 주도로 난청 연구, 보청기 및 인공와우 등 의료기기 임상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지(JAMA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