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늘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늘어난 수명이 반갑지만 곤궁한 탓에 오래 사는 것에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지혜·심진아)은 저소득층과 기혼자는 이상적 기대수명이 낮은 반면 사회적 건강이 좋은 사람은 기대수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상적 기대수명’(ILE, Ideal Life Expectancy)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수명이다. 흔히 말하는 ‘얼마나 오래 살고 싶은가’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구성원의 이상적 기대수명이 높을수록 건강한 사회임을 의미한다.
‘사회적 건강’(Social health)은 개인이 사회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일을 적절히 수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응답자는 사회적 건강에 대해 ‘최고로 좋다’, ‘아주 좋다’, ‘좋다’, ‘조금 나쁘다’, ‘나쁘다’ 범위로 답했다.
윤 교수팀은 2016년 8~9월 전국의 일반인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응답자의 연령, 수입, 결혼여부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조사해 이상적 기대수명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여러 요소 중 ‘소득’, ‘혼인상태’, ‘사회적 건강’이 이상적 기대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월 200만원 이상인 사람은 200만원 미만인 사람보다 이상적 기대수명이 약 1.48배 높았다. 사회적 건강을 ‘최고’ 또는 ‘아주 좋음’으로 응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상적 기대수명이 약 1.3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신체적 건강은 이상적 기대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 싱글인 사람은 결혼한 사람보다 이상적 기대수명이 1.42배 높았다.
윤영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저소득 및 기혼자가 이상적 기대수명이 낮은 것으로 밝혀져 소득이 낮은 기혼집단을 위한 사회적 제도와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회지 ‘아시아간호연구(Asian Nursing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