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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 치료 ‘경혈 두드리기’ 신의료기술 인정에 의료계 ‘발칵’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7-19 17:22:09
  • 수정 2020-09-23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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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단체 “임상근거 없는 상식 벗어난 행위” … 맘모톰은 등재 불발, NECA공정성 논란 불거져
의사단체는 감정자유기법의 이론적 기반인 경락·경혈의 실체조차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방의 경락이론을 바탕에 둔 ‘감정자유기법’, 이른바 ‘경혈두드리기’가 신의료기술 등재를 앞둔 가운데 의료계가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의사들은 해외논문을 근거로 경혈두드리기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반면 의사단체들은 선행연구의 검증 과정이 부실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어 신의료기술 등재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날달 24일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에도 한의사협회가 감정자유기법의 신의료기술 신청에 나섰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NECA) 심사에서 반려됐고, 지난해 8월 재신청해 최근 등재가 결정됐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감정자유기법은 손가락으로 경혈점을 두드리는 비침습적인 방법이라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고, 기존 치료법과 PTSD 증상 완화 효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신의료기술 등재는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로 확정돼야 효력을 발휘한다. 감정자유기법은 고시 바로 직전단계인 행정예고까지 간 상태로 복지부의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한의계에 따르면 감정자유기법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경락체계의 기능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전제 아래 특정 경혈점을 두드리면서 자극해 심신을 회복 및 안정시키는 치료법이다. 준비, 기본 두드리기, 뇌조율 과정 등 3단계로 이뤄진다. 준비 단계에선 경혈점을 두드리면서 ‘나는 현재 증상으로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라는 확언(affirmation)을 반복한다.
 
기본 두드리기 단계엔 불편한 감정과 증상을 입으로 소리내 반복하면서 손가락 두세 개로 경혈점을 두드려준다. 뇌조율 과정에선 눈을 감았다 뜨면서 동공을 우하방·좌하방, 시계방향·시계반대방향으로 돌려준다. 이후 노래를 한 구절 흥얼거리고 숫자를 센 뒤 다시 흥얼거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경혈점은 미간, 눈 옆·아래, 코 밑, 쇄골 아래 부분, 옆구리 등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감정자유기법은 이미 많은 한의사들이 환자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진료에 활용하고 있는 심리치료법”이라며 “한의원과 한의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한의사의 지도 감독 아래 환자가 스스로 시행할 수 있어 장기적인 치료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황당하다’며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마법 주문을 외우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경혈을 두드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한다는 주장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며 “감정자유기법의 이론적 기반인 경락과 경혈의 실체조차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감정자유기법은 치료결과의 재현성이나 행위 과정의 표준화가 거의 불가능한데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단지 비침습적이라는 이유로 비과학적인 행위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면 NECA의 수준이 의심될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서울산부인과의원)은 “급격한 충격과 외상으로 야기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경혈을 두들겨 치료한다는 것은 의학적 측면에서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며 “근거 없는 치료행위의 신의료기술 인정은 환자를 더 극심한 고통으로 몰아넣고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의사들이 임상근거로 내세운 연구논문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총 3편의 논문 중 한 편은 PTSD가 아닌 화병이 주제였고, 나머지 두 편은 신의료기술 1차신청 시 근거 문헌으로 검토됐다가 최하위 권고등급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신의료기술 승인이 불발된 ‘맘모톰(mammotome, 진공보조유방양성종양절제술)’ 사례에 빗대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동석 회장은 “맘모톰은 의료선진국에서 유방암 조직검사에 효과적인 진단법으로 인정받았고, 수많은 임상 결과로 유효성·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했는데도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못했다”며 “반면 감정자유기법은 임상 근거가 없는데도 2014년 반려 결정을 뒤집고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것은 다른 단체의 로비나 정치력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평가 관련 회의록과 참석 인사를 밝히고 의협도 검증된 대표를 참여시켜 이번 사안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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