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대 청·장년층 남성에서 팔다리 근육량이 줄면 당뇨병 발병위험이 약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팀(내분비내과 교수)은 2007~2014년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검진받은 20~69세(평균 47세) 성인 1만7280명을 평균 5.5년간 추적 관찰해 이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18일 밝혔다.
팔·다리 근육은 탄수화물에서 소화된 포도당을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근육량이 줄면 그만큼 포도당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진다. 결국 남겨진 포도당이 혈중 당 수치를 높여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김 교수팀은 비교적 젊고 건강한 청장년층의 팔·다리 근육량과 당뇨병 발병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대상자를 20~69세 성인으로 구성했다. 이미 진단된 당뇨병 환자나 팔·다리 근육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암, 신장질환, 갑상선기능이상 등을 과거에 앓았거나 앓고 있는 환자는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다.
추려진 연구대상자를 첫 검진 때 측정한 팔·다리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기준으로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모두 적은 그룹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량이 많은 그룹 △근육량과 체지방량이 모두 많은 그룹으로 나눴다. 이어 가장 좋은 체성분 구성을 보인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을 기준으로 5~6년 후 당뇨병 발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근육량은 많고 체지방량이 적은 그룹’의 34%는 5~6년이 지난 뒤 원래 체성분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나머지 66%는 근육량 및 체지방량 변화로 체형이 바뀌었다. 이는 나이들수록 운동과 건강한 식이요법 없이는 이상적인 체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을 의미한다.
또 ‘체지방량은 비슷한데 팔·다리 근육량이 줄어든 그룹’의 당뇨병 발생률은 4.8%로 체지방량과 근육량이 그대로 유지된 그룹(2.2%)보다 2.2배가량 높았다. 체지방량은 거의 비슷한 상태에서 팔·다리 근육량이 줄어들자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근육량은 그대로이면서 체지방량만 증가한 그룹’의 당뇨병 발생률은 3.6%였다.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이 늘어난 그룹’은 당뇨병 발생률이 5.7%로 가장 높았다.
여성은 근육량과 당뇨병 발병 사이의 연관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갱년기 여성의 경우 급격히 늘어나는 체지방량이 근육량 감소보다 당뇨병 발병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서 여성의 전체 당뇨병 발생률이 적어 통계적으로 비교가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김홍규 교수는 “이번 연구로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근육량이 줄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려면 체성분과 사지근육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에 맞는 음식 섭취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바빠도 청·장년기때부터 유산소운동과 함께 팔·다리 근육량을 키우는 스쿼트, 런지, 가벼운 아령 들기, 복근강화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향후 노년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KDA)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500만명이며 이 중 30대가 23만명, 40대가 76만명으로 집계됐다. 나이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해 50대 환자는 132만명, 60대 125만명, 70대 이상 환자는 144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당뇨병 및 대사성질환(Diabetes and Metabolism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