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이 있는 노인은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동민 단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양필성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60세 이상 노인에서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 위험을 1.5배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가슴이 답답하면서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혈액의 흐름이 불규칙해지면서 혈전(피떡)이 생겨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선행 연구결과 심방세동은 뇌졸증 발생 위험을 5배 높이고, 전체 뇌졸중 20%가 심방세동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지만 명확한 임상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뇌경색이 없는 상태에서 심방세동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
연구팀은 2005~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자료를 토대로 60세 이상 노인환자 26만2611명을 심방세동이 발생한 1만435명과 심방세동이 발생하지 않은 2만612명으로 분류한 뒤 치매 발생 위험도를 조사했다. 두 환자군은 연구 시작 시점에선 인지기능검사 결과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연구 대상자를 7년 간 추적관찰한 결과 심방세동 환자의 24.3%(2536명)에서 치매가 발생했다. 심방세동이 없는 환자의 치매 발생률은 15.4%(3174명)였다. 결과적으로 심방세동 환자는 정상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형태별로는 혈관성치매는 2배, 알츠하이머치매는 약 1.3배 발생 위험이 높았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항응고치료를 실시하면 치매 위험이 감소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 환자 중 항응고치료를 시행한 환자 3092명(29.6%)는 그렇지 않은 나머지 환자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4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츠하이머치매 발생 위험은 50%, 혈관성치매는 약 20% 낮아졌다.
정보영 교수는 “심방세동은 치매 발생의 위험인자인 만큼 예방과 조기진단을 통해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며 “심방세동 환자는 뇌경색과 치매 예방을 위해 항응고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큰 규모의 환자군에서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과 연관된다는 것을 확인해 의미가 크다”며 “노인환자에서 빈번한 심방세동 및 치매의 예방 및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 심장질환 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IF 23.425)’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