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lutein)·지아잔틴(zeaxanthin)이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체내에 어떤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예방 효과에서 차이가 났다.
김정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와 김지미 대학원생(박사 과정) 연구팀은 식품을 통한 루테인·지아잔틴 섭취와 대장암 발생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루테인·지아잔틴은 황산화 기능을 가진 잔토필(xanthophyll)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계열 색소물질이다. 인체에선 눈 망막 내 시상세포가 밀집한 황반을 이룬다. 황반 주변부에는 루테인, 중심부에는 지아잔틴이 밀집해 있다. 황반 중심부만 따지면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3 대 7로 분포돼 있다. 나이가 들면 이들 색소의 밀도가 낮아지면서 황반부 세포의 기능이 저하돼 황반변성이 발병할 수 있다.
루테인·지아잔틴은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라 음식 등을 통해 보충해줘야 한다. 음식 중에선 시금치, 상추, 브로콜리 같은 어두운 녹황색채소와 달걀노른자에 다량 존재한다.
이들 영양소를 틈틈히 섭취하면 퇴행성 안질환인 황반변성과 백내장뿐만 아니라 유방암, 폐암 등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국립암센터에서 대장암을 진단받은 환자 700명을 실험군,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에서 검진받은 일반인 1400명을 대조군으로 선정했다. 이어 DNA 샘플과 평소 생활습관 및 식이섭취에 관한 정보를 분석해 루테인·지아잔틴 섭취와 대장암간 연관성을 살폈다.
연구 결과 식이를 통한 루테인·지아잔틴 섭취량을 기준으로 4분위로 나눴을 때 섭취량이 가장 많은 군은 가장 적은 군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약 7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군과 대조군을 다이서(DICER1 rs3742330) 유전자내 단일염기다형성 유전자형에 따라 분석한 결과 G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루테인·지아잔틴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A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약 68% 낮아졌다. 발생 부위별로는 직장암이 약 76% 감소해 예방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선 교수는 “최근 개인의 ‘맞춤영양’이 중요한 질병 치료법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 유전형질에 따라 섭취 영양소의 질병 예방 효과가 다른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 건강에 도움된다고 알려진 루테인·지아잔틴이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고, 개인 유전형질에 따라 더 향상된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이번 연구로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