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거나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거나, 아이에게 방해받지 않고 집안일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부모를 흔히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미디어의 자극적인 화면이 아이들의 주의를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이른 나이에 장시간 미디어에 노출되면 성인이 된 뒤 언어구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성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소아신경학) 교수팀은 만 2세 이전 영유아가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언어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3년 1월~2014년 7월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언어발달 지연으로 치료받은 평균연령 생후 33개월 아동 40명과 같은 기간 다른 질환으로 내원한 아동 66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노출시간, 시기, 형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2시간 이상 미디어에 노출된 비율은 언어발달 지연군이 63%로 대조군의 16%보다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를 처음 접한 시기는 언어발달지연군의 95%가 생후 24개월 이전이었지만 대조군은 58%에 그쳤다.
미디어를 보는 방법도 달랐다. 혼자 미디어를 시청한 비율은 언어발달 지연군이 79%, 대조군은 41%로 조사됐다. 대조군의 나머지 59%는 부모와 함께 미디어를 접했다.
시청한 프로그램 종류는 언어발달 지연군은 만화가 39%로 가장 많았고 노래와 율동 37%, 동화 3.9%, 영어학습 2% 순이었다. 반면 대조군은 노래와 율동이 44%로 가장 많았고 만화 31%, 영어학습 15%, 동화 7.5% 등이 뒤를 이었다. 언어발달 지연군과 대조군 부모의 교육 정도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성구 교수는 “TV, 태블릿PC, 스마트폰 같은 영상기기의 발달로 많은 영유아가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되고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이 유익하다고 여기는 부모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번 연구결과 미디어의 이른 노출과 오랜 시간 노출은 언어발달 지연의 위험인자이며 특히 부모 없이 영유아 혼자 미디어를 시청하면 언어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너무 어린 나이에 미디어를 시청하면 부모와 소통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을 잃고 창조적인 놀이를 못하게 된다”며 “뇌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활성화되는데 미디어 노출은 화면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시각중추만 자극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까지는 활성화되지 않아 언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와 상호 교류하면서 제한된 시간만 미디어를 시청하면 언어발달 지연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디어 노출이 언어발달에 미치는 영향’라는 제목으로 ‘대한소아신경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