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B형간염바이러스 치료제인 ‘테노포비어(Tenofovir)’를 무력화시키는 내성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정훈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건국대 김균환·박은숙)은 테노포비어에 대한 내성바이러스를 환자에서 분리해 약제 내성 원리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B형간염바이러스(HBV)는 만성간염, 간경화, 간암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주범으로 전세계에서 약 4억명이 감염돼 있다. 테노포비어는 현재까지 가장 많이 쓰이면서 가장 강력한 만성 B형간염 치료제 중 하나다.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약제의 내성 돌연변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연구팀은 테노포비어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 B형 간염바이러스를 발견해 특성과 내성 원인을 규명했다. 이 바이러스는 중합효소의 4군데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약에 대한 감수성을 15분의 1로 감소시켜 약제 내성과 바이러스돌파(viral breakthrough)가 나타났다. 바이러스돌파는 항바이러스치료 후 1차적으로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된 환자에서 지속적으로 약제를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HBV DNA가 최저점으로부터 다시 10배 이상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만성 B형간염의 새로운 항바이러스제를 신속히 개발해야 함을 제시한 게 이번 연구의 의의라고 밝혔다. 이정훈 교수는 “모든 B형 간염바이러스 약제는 내성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고, 테노포비어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했다”며 “즉 무분별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삼가야 내성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적절한 항바이러스제는 간경화와 간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며 내성 돌연변이 발생 빈도가 크지 않아 불필요한 두려움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집중연구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간 분야 최고의 국제학술지인 ‘유럽간학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