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모시스테인(tHcy)’이라는 물질이 뇌경색 원인인 뇌 소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뇌경색은 뇌의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됨으로써 뇌세포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해 신체마비, 감각이상,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경색 환자는 대부분 뇌백질 고신호 병변(WMH), 뇌 미세출혈(CMB) 등의 소혈관질환이 함께 발견된다. 증상이 한번 나타나면 완치가 어렵고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남기웅·권형민 신경과 교수와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06~2013년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578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및 혈액검사 결과를 활용해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와 소혈관질환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뇌백질 고신호 병변, 뇌 미세출혈 등 소혈관질환 발생이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와 유의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모시스테인은 음식물이 체내에서 소화될 때 만들어지는 단백질 중 하나다.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되면 심혈관질환 및 뇌 조직 손상에 의한 치매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 9.60μmol/ℓ을 기준으로 전체 데이터를 두 집단으로 분류해 호모스테인 농도에 따라 소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지 조사했다. 연구결과 9.60μmol/ℓ이상인 집단에서 혈관 미세출혈, 뇌백질 고신호 병변, 열공성 뇌경색이 함께 관찰된 비율이 높았다. 또 해당 그룹의 14%에서 25개 이상의 확장성 혈관주위 공간(EPVS)이 발견돼 호모시스테인이 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임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정상범위로 알려졌던 호모시스테인 농도 5~15μmol/ℓ 내에서도 유의한 위험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형태의 소혈관질환이 호모시스테인이라는 공통된 원인을 가지고 있음을 규명한 점에서 뇌경색과 치매 발생기전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형민 교수는 “이번 연구로 호모시스테인이 뇌 소혈관질환 전반의 발생에 관여해 추후 뇌경색과 치매를 일으킬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육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으면 체내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올라가므로 시금치 같은 녹색채소나 생선처럼 비타민B가 풍부한 음식을 함께 섭취해 정상수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진호 교수는 “아직까지는 음식을 통한 비타민B 섭취가 아닌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비타민B 복합제 복용이 호모시스테인을 줄여 뇌졸중 예방에 도움된다는 임상근거가 밝혀지지 않아 섣부른 비타민B 복합제 복용은 삼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과학회 공식학회지인 ‘신경학(Neurology)’ 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