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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아 인기 ‘액체괴물’ 가습기살균제 성분 논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1-21 17:18:13
  • 수정 2020-09-19 16: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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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MIT·MIT 과다 검출돼 리콜명령, 붕소 화합물도 발견 … ‘지난친 비약’ 반론도

슬라임에 포함된 붕소화합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소아청소년기 생식기 발달 등 성장 발육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226명의 영유아와 임산부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으로 가정내 ‘케미포비아(화학물질공포증)’가 확산된 가운데 어린이들에게 인기인 액체물질 장난감 슬라임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흔히 ‘액체괴물’로 불리는 슬라임은 촉감이 말랑말랑한 점액질 형태의 장난감으로 원하는 모양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유튜브 내에서 슬라임 관련 채널 수는 200여개로 구독자가 가장 많은 채널은 116만7520명에 이른다. 물풀이나 베이킹소다를 섞어 만드는데 제조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첨가돼 아이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일 “지난 10월부터 어린이, 생활, 전기 용품 46품목 1366개 제품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고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에 대해 수거, 교환 등 리콜 명령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슬라임 190개 제품 중 76개 제품에서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과 간과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가소제’ 등이 기준치를 최대 332배 초과했다.

CMIT·MIT는 국내 공산품에 광범위한 용도로 함유된 물질이다. 가습기살균제에도 쓰였고 샴푸·린스 같은 씻어내는 화장품류, 가글액 등 의약외품에도 사용된다.


이들 물질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보존 및 살균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오래 두고 쓰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이를 억제하는 보존제가 필요하다. 가습기살균제에선 살균 용도로도 쓰인다. 일반적으로 보존제보다는 살균 용도로 쓰일 때 더 많은 용량이 함유된다.

어디로 흡입하느냐에 따라 유해성이 달라진다. 스프레이 제품 등을 통해 공기 중에 분사된 CMIT·MIT가 코로 흡입되면 폐 손상을, 피부에 닿으면 부기나 염증 등 과민성 알레르기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입으로 삼킬 경우 많은 약을 흡입하면 위험하지만 기준치 이하에선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액체괴물 제조에 유기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곰팡이 등이 번식할 수 있다”며 “제조업체가 곰팡이 등의 번식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CMIT와 MIT를 첨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만지거나 입에 넣으면 아토피피부염, 간·신장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액체괴물에서 성장발달에 영향을 끼치는 붕소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이달 초 서울대보건환경연구소가 시중에 유통 중인 슬라임 제품 30개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25개 제품에서 유럽연합 기준치(300㎎/㎏)의 최대 7배가 넘는 붕소화합물(붕사)이 검출됐다. 25개 제품의 붕소화합물 평균 함량은 1㎏당 1005㎎에 달했다.

붕소(Boron, 원소기호 B)는 주기율표 13족에 속하는 준금속 원소다. 준금속 원소는 금속과 비금속의 중간 성질을 갖는 것으로 실리콘(Si), 저마늄(Ge), 비소(As), 안티모니(Sb), 텔루륨(Te) 등이 해당된다.


붕소는 주로 붕사, 붕산 같은 화합물 형태로 자연에 존재한다. 붕사는 오래 전부터 도자기 유약 재료, 붕산은 눈 세정제로 사용돼왔다.

붕소화합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소아청소년기 생식기 발달 등 성장 발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외에서 실시된 동물실험 결과 붕소가 체내에 누적되면 임신이 잘 되지 않고, 기형아가 태어나며, 체중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들이 붕소화합물을 만지다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이기영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들이 붕소화합물이 함유된 것으로 추정되는 액체괴물을 가지고 노는 시간을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0분으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독성 탓에 액체괴물을 변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금물이다. 액체괴물 안에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하수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아 강과 바다로 흘러가기 쉽고,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하수구가 막힐 수 있어 넓게 펼쳐 햇볕에 바싹 말린 뒤 잘게 조각내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일각에선 유해성 여부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붕산은 나트륨염의 일종이고, 붕사는 퇴적물질에서 나오는 일종의 돌가루를 의미한다”며 “슬라임에 들어가는 붕사는 과거 비누 대용품으로 사용되던 광물로, 이것을 만진다고 생식계통 이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과장되게 강조해 불안을 유발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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