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태아를 정상적인 자세로 돌려놓는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 1000례를 돌파했다고 11일 밝혔다.
출산을 앞둔 만삭의 태아는 머리가 산모 뱃속에서 아래쪽으로 향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태아의 4% 정도는 머리가 위쪽, 엉덩이가 밑으로 향하는 ‘둔위(역아)’ 자세를 보인다. 이 상태에서 자연분만을 하면 태아의 발과 엉덩이부터 나오다가 머리가 걸릴 위험이 있어 국내 산부인과에선 대부분 제왕절개를 한다. 최근 자연분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둔위 태아를 정상적인 자세로 돌려놓는 둔위교정술을 실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광준 교수는 “둔위교정술은 임신 말기인 태아가 역아 상태로 있을 때 의사가 산모의 하복부를 손으로 밀어올려 태아의 머리 방향이 정위(두위, 머리가 아래로 있는 자세)로 조절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며 “마취제 및 진통제, 별도의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파로 태아의 위치를 보면서 손으로 산모 복부를 마사지하는 것이어서 산모의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산부인과협회(RCOG, Royal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는 금식이나 응급수술 준비를 갖추지 않고 둔위교정술을 시도해도 된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중앙대병원은 3년 전부터 이같은 공식지침을 근거로 금식이나 수술준비 없이 외래초음파실에서 바로 둔위교정술을 실시하는 둔위교정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김광준 교수는 2008년 이후 첫 시술 이후 1000건의 둔위교정술을 실시하면서 83.9%(초산모 78.4%, 경산모 89.7%)의 누적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해외 다른 병원의 평균 성공률인 50~6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는 “둔위교정술은 의학 교과서나 외국학회 진료지침에 명시된 시술법으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극 활용되고 있다”며 “주의사항만 지키면 매우 안전한 시술로 만삭의 둔위 산모가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