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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공포증 이용한 ‘진료마케팅’ 생각해보셨나요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8-12-26 11:06:22
  • 수정 2020-09-19 02: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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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속한 해열효과 내세워 7만~10만원 하는 독감치료주사제 처방 남발

독감이 유행하면서 신속한 해열효과 내세운 비싼 독감치료주사제 처방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올 겨울 독감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수심도 깊어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이후 독감 확진환자는 지난 9~15일 외래환자 1000명당 48.7명으로 확인됐다. 2017-2018년 절기 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의 평균 1000명당 6.6명보다 약 7배를 넘어선 수치다. 때문에 동네병원에는 독감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크게 늘어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길어진 곳이 허다하다.

독감에 걸리면 48시간 내에 알약 형태의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어’(상품명 타미플루, 한미플루 등)를 5일간 10회를 복용하도록 하는 처방이 일반적이다. 확진일 때 처방받는 타미플루는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의사는 비급여인 독감진단키트 사용을 환자에게 권유해서 양성으로 판정되면 진단키트 및 오셀타미비어 비용을 급여로 처리하게 된다.

오셀타미비어는 중국 토착식물인 ‘팔각’(star anise)에서 유래한 시키미산 성분으로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뉴라미니다제를 억제해 바이러스가 사람세포로 뚫고 들어가는 것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다. 대략 독감 발생시 복용하면 증상 지속기간과 강도를 30~40% 줄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염 후 4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미 감염돼 시간이 한참 지난 환자에겐 효과가 많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년 전부터 최근까지도 타미플루가 자살충동을 높인다는 부작용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10세 미만 어린이에겐 아예 오셀타미비어와 같은 독감치료제를 잠재적 위험성과 확실하지 않은 유효성 때문에 처방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국내선 타미플루가 독감에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오남용되고 있다. 게다가 올들어선 일선 병원에서 고가의 독감치료주사제를 비급여로 권하는 트렌드가 생겼다. 일부 병원이나 의사들은 블로그 등을 통해 15~30분간 수액주사처럼 독감치료주사제를 맞으면 약을 복용하기 괴로워하는 중증 환자나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번 약을 복용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환자들이 쉽게 독감에서 나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38도 이상의 고열도 30분만 지나면 먹는 약보다 빨리 정상화돼 효과적’이란 포인트로 학부모를 설득하고 있다.

8살짜리 독감 환자를 둔 서울 강남의 한 어머니는 “인터넷과 동네 커뮤니티 사이트에 독감치료주사제가 먹는 약보다 효과가 신속하고 월등하다는 믿음이 퍼져 있다”며 “주사제가 급여가 안 돼 치료비용이 훨씬 비싸긴 하지만 실손보험이 이미 가입돼 있어 보험으로 주사비를 청구하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주사를 맞혔다”고 말했다.

일선 병원에서 권하는 고가의 주사제는 GC녹십자의 ‘페라미플루(성분명 페라미비르, peramivir)’다. 정맥주사제로는 독감치료제 중 세계에서 유일하며 녹십자가 2006년에 미국 바이오크리스트로부터 도입한 제품이다. 비급여여서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데 약 7만~10만원의 비용이 든다. 잘 사는 동네일수록, 상급병원일수록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제약사의 임상결과 자료에 따르면 페라미플루를 300㎎ 투여한 군과 오셀타미비어 75㎎을 5일 10회 투여한 군을 비교한 결과 증상완화 효과가 각각 78.0%, 81.8%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같은 조건으로 24시간 정상체온 회복률을 측정한 결과에선 페라미플루가 59.4%, 오셀타미비어가 49.7%로 고열 완화 효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비교적 빨리 열을 내리는 효과를 내세워 어린이 환자 부모를 설득하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페라미플루가 직접적인 해열작용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타미플루와 비교해 고열 증상 완화 효과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각에선 경구용 약을 처방받는게 주사제보다 안전할 것 같다며 너무 심한 증상이 아니면 주사는 안맞는 게 바람직하다고 쓴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먹는 약으로 해열효과를 볼 수 있는데 주사까지 맞는게 지나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그러나 ‘주사제가 먹는 약보다 훨씬 효과가 빠르다’는 바람에 묻혀 이런 반론은 묻혀버리는 게 인터넷의 속성이다. 약학정보원에 기재된 페라미플루의 의약품설명서에서도 이 약의 해열효과가 직접 표기돼 있지 않음을 의료소비자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부에선 페라미플루에 해열제를 함께 처방해 주사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독감으로 인한 고열이 30분 이내에 정상화되고 있어서다. 이에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아의 경우 고열을 방치하면 열성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어 해열주사제를 처방해 열을 내리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아에 대한 주사제 남용은 자제될 필요성이 있다.

지금의 독감확산, 독감공포증 상황에선 병원들이 독감치료주사제의 해열효과를 홍보하며 불필요하게 처방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어 보건당국의 점검이 요구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치료주사제는 비급여 항목으로 한번 접종하면 환자본인부담금의 55~60% 이상이 병원 측에 마진으로 돌아간다”며 “값비싼 주사제를 권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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