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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몸살 앓는 의료계 … 진료예약 불가에 뿔난 환자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11-15 21:55:27
  • 수정 2019-05-27 18: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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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병원 파업, 을지대병원 3년 연속 불명예 … 의사 구속 반대 총파업, 회의론 다수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비급여 진료를 줄이는 ‘문재인케어’가 본격 추진되면서 일선 병·의원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의료계 곳곳에서 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파업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대학병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력충원,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간호직군과 노동자들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한 의사단체들은 환자 사망사건에 따른 의료진 구속 철회, 문재인케어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국 단위의 파업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사회적 동의를 구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파업이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 의료인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병원 중에선 서울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이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 8일 오후 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하루 뒤인 지난 9일 오전 5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노동시간 단축, 부족한 인력충원,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철회, 복지제도 회복, 의료공공성 강화, 인사 비리로 해고된 비정규직 해고 철회, 교대근무자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상덕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555명을 채용해 놓고도 발령을 내지 않았고, 단시간 노동자로 근무 중인 333명을 전일제 정규직으로 발령내지 않고 있다”며 “환자에게 사고가 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비정상적인 인력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는 별도의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있는 사안으로 노사 교섭에 쟁점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협의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계속 의견을 좁혀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노동조합원이 아니라 총파업이 시작돼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은 이상 없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참가 인원은 필수유지 업무 대상자를 제외한 조합원 500여명이다. 간호직군의 경우 전체 간호사의 1%만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직군의 파업 참여율은 각각 20%, 30% 정도다.

다만 대기시간 연장 등의 불편함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 등 현장인력이 파업에 참가해 진료 대기시간이 1~2시간 이상 길어졌다”며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총무·기획예산·홍보 등 행정파트 인력이 어쩔 수 없이 환자이송, 안내, 배식 등을 맡아 본래 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을지대병원은 3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얻을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을지대병원지부는 오는 21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5년에 설립된 이 병원 노조는 2016년에 18일, 2017년엔 48일간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이 병원 노조 관계자는 “현재 대전지역 중소 개인병원 간호사들의 1년차 급여가 3000만원에 육박하지만 을지대병원은 60~70% 수준인 23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며 “낮은 급여로 인한 간호직군 이탈로 을지대병원은 기존 900병상에서 훨씬 줄어든 700병상을 운영하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을지대 의정부 캠퍼스 및 병원 조성엔 1조원이나 쏟아부으면서 정작 원내 구성원들의 복지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병원은 2017년에도 노동청으로부터 야간근로수당 미지급건을 지적받아 4억여원의 체불금을 지급했는데 이런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을지대병원은 “2017년 병원과 노조는 노사합의를 통해 2022년까지 임금격차를 단계적으로 해소할 것을 합의했다”며 “노조 측은 이런 합의를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임금인상률의 대폭 인상과 호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맞섰다.

현재 이 병원은 파업 사태로 필수유지업무 부서인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제외하고 총 11개 병동 중 3개 병동의 운영이 중단됐고, 외래진료는 당일 접수가 어려운 상태라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병원 노동직 외에 의사들도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8살 어린이를 오진해 숨지게 한 혐의로 법원이 의사 3명을 법정 구속한 것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A 군(8)은 2013년 5월 말부터 약 10일간 복부통증을 호소하며 4차례 경기도내 B 병원을 내원해 변비 치료를 받은 뒤 같은 해 6월 9일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긴 뒤 횡격막탈장 및 혈흉에 의한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법원은 경찰 조사결과를 토대로 8세 어린이의 X레이 촬영 결과 좌측하부폐야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과 횡경막 탈장 소견이 확인됐지만 의료진이 변비치료만 실시하고 다른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10월 24일 수원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B병원 소아과 과장 전모 씨에게 금고 1년 6개월, 같은 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송모 씨와 가정의학과 수련의 이모 씨에겐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의료진 구속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의사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지난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대의원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대표단체의부터 총파업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11월 중으로 구체적인 파업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의장은 “예상치 못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확실하게 담보하지 못한다면 의사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득이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전문의를 포함한 3명의 의료진이 최소 5회 이상 진료했는데도 정확한 진단이 안 됐다면 그만큼 진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이라며 “진단을 잘못했다고 구속한다면 의사는 아예 진료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및 시민단체들은 이번 파업 예고에 대해 아전인수격 행태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최승철 환자단체연합 이사는 “의료사고는 과실을 환자 또는 보호자가 입증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과실이 입증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며 “국민 중에서 의료인만, 의료인 중에서도 유독 의사만 업무상과실로 환자를 상해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해달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대리수술, 불법 리베이트, 수술실내 폭언·욕설 등 문제가 잇따라 터지며 의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 파업은 자충수를 두는 격”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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