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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윙·삐·쐬’ 들리면 이명, 은행잎추출물 임상근거 미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10-15 16:41:30
  • 수정 2020-09-16 16: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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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치법 없어 스트레스·난청 억제가 최선 … 항우울제 처방 후 중이재건술·경두개직류자극술 시도

이명 환자는 귀에서 ‘윙’, ‘쐬’, ‘삐’, 매미 우는 소리, 바람소리 등이 들리고 점차 청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가장 어려운 질환으로 꼽히는 게 이명이다. 이명은 외부로부터 소리자극이 없는데도 특정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는 증상으로 국내 12세 이상 인구의 20% 이상, 60대 이상 인구의 3명 중 1명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기준 31만명이 이명으로 병원을 찾았으며 여성 환자가 18만명으로 남성의 13만명보다 많았다. 외국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30% 이상이 가벼운 이명 증상을 호소하고, 6~8%는 수면에 방해가 될 만큼 증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은 기원전(BC) 400년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의 기록에 처음 등장했다. 기록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명을 ‘마법에 걸린 귀’라고 부르며 치료를 위해 외이도에 허브나 오일을 넣었다.

이명은 타각적 이명과 자각적 이명으로 나뉜다. 타각적 이명은 혈류 소리나 근육경련의 소리 같은 체내의 소리가 몸을 통해 귀에 전달돼 들린다. 혈관기형 등 혈관의 이상, 귓속뼈나 귀인두관을 움직이는 근육의 경련, 입천장을 움직이는 근육의 경련, 턱관절이상 등이 체내 소리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 자신 외에 진찰하는 의사도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타각적 이명으로는 혈관성 이명과 근육성 이명이 대표적이다. 혈관성 이명은 귀 주변을 지나가는 경정맥·경동맥에서 피가 혈관을 지나가는 소리나 맥박이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이다. 이 때 목을 돌리는 스트레칭을 해주면 소음이 사라진다. 근육성 이명은 근육이 부들부들 떨리는 소리가 기관총 소리처럼 들린다. 이럴 땐 두통약인 근육이완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반면 자각적 이명은 어떤 방법으로도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고 자신만이 특정 소리를 느끼는 상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내이질환, 난청, 두경부외상, 중이염, 외이도염, 상기도염, 청신경종양, 메니에르병, 스트레스, 피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런 이유로 달팽이관 안의 유모세포가 손상되면 비정상적인 자극이 뇌 중추의 청각신경전도로 전달돼 실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들리게 된다. 최근엔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한 ‘저체중 강박’이 이명으로 이어진 젊은 여성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김영호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 환자는 귀에서 ‘윙’, ‘쐬’, ‘삐’, 매미 우는 소리, 바람소리 등이 들리고 점차 청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피로가 누적되거나, 집중해 신경을 쓰거나, 주변 환경이 조용해지면 증상이 심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이명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명은 난청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감각신경성 난청이 혼합성 난청이나 전음성 난청보다 이명이 동반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의 소리 감지기능 이상, 소리에 의한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 및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한다.

환청과 이명을 헷갈리기 쉬운데 이명은 ‘삐’나 ‘윙’ 소리처럼 아무 의미가 없는 소리가 들리는 반면 환청은 음악이나 목소리 같이 의미가 있는 소리가 들리는 게 차이점이다.


또 환청은 대부분 정신분열증(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에서 발생하지만 이명은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일반인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완전히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는 모든 사람의 약 95%가 20㏈ 이하의 이명을 느낀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다만 이 정도 소리는 임상적으로 이명이라고 하지 않고, 환자에게 괴로움을 줄 정도의 잡읍이 들릴 때에만 이명으로 진단한다.

처음 발견된 지 2500여년이 지났는데도 뚜렷한 원인과 발병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의학에선 이명의 완벽한 치료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며, 최근 한의원을 중심으로 한방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임상근거는 아직 불충분한 실정이다.

약물치료는 아직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지만 증상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된다. 김영호 교수는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진정제는 이명으로 인한 불안감·우울감을 억제해 심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이명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막는 데 도움된다”며 “보청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동반된 환자에서 일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효과가 없을 땐 중이재건수술, 내이절제수술, 뇌신경절단술, 선택적전정신경절제술, 인공와우이식술 등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효과가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최근 도입된 경두개직류자극술은 전전두엽(양쪽 이마 끝)과 청각피질(귓구멍에서 위로 2.5㎝, 뒤로 1.5㎝)에 전극을 붙이고 1~2밀리암페어(mA)의 약한 전류를 20~30분 간격으로 통전시키는 치료법이다. 우울증, 만성통증, 파킨슨병, 뇌졸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명으로 인한 불편감이 매우 크고 청각과민이 동반된 환자에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소리치료와 상담치료를 결합한 이명 재훈련치료도 자주 시행된다. 소리치료는 라디오방송의 주파수를 맞추지 않고 지지직 거리는 잡음, 일명 ‘백색잡음’을 듣는 것으로 이명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상담과 인지행동치료는 이명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교정해 질환 자체를 좀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제약사를 비롯해 한의원, 건강기능식품업체에서 이명에 효과적이라고 홍보하는 은행잎추출물 제제(Ginkgo Biloba)는 아직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기억력 및 혈행 개선 효과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인정 원료로 인정받았지만 이명에 대한 치료효과는 임상근거가 불충분한 실정이다.

김영호 교수는 “명확한 발병 기전이나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는 이명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힌다”며 “평소 편안한 마음을 갖고, 어깨와 목을 틈틈이 스트레칭해주는 한편 청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100% 치료 보장’ 같은 과장·허위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증상 초기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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