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치과가 투명교정 시술비로 수백만원을 선납받은 뒤 치료를 일방적으로 중단해 ‘먹튀(먹고 튀다의 줄임말로 타인에게 금전을 떼어먹고 행방을 감추는 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원장 강모 씨는 2016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환자 700여명으로부터 투명교정 비용 25억여원을 선불로 받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추가 조사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값싼 교정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사회에서 호감형 인상은 취업 면접이나 대인관계에서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좋은 인상을 결정하는 핵심은 고른 치아와 얼굴의 균형이다. 하지만 성장기 어린이 약 75%는 부정교합을 갖고 있어 적절한 시기에 교정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투명교정은 얇고 투명한 레진(특수강화 플라스틱)으로 된 틀을 이용해 치열을 교정하는 시술이다. 일반 치아교정과 달리 철길 모양의 고정형 교정장치인 브라켓과 와이어가 보이지 않아 외모를 중시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 젊은층의 수요가 높다. 또 원할 때 탈·부착이 가능해 위생관리에 유리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장치를 교체하기 쉽다.
시술 환자가 증가하는 만큼 부작용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투명교정 관련 불만은 332건이었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86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30건)보다 186.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치아 교정 관련 전체 소비자불만 증가율은 15.3%였다.
‘의료기관 부실 진료’가 180건(54.2%)으로 가장 많았고, ‘부작용 발생’이 60건(18.1%)으로 뒤를 이었다. 부실 진료 내용은 △효과 없음(50건, 27.8%) △진료·관리 소홀(34건, 18.9%) △교정장치 제공 지연(27건, 15.0%) △교정장치 이상(19건, 10.6%) 등이었다.
투명교정은 기존 브라켓 교정보다 치아이동 범위에 한계가 있어 성인보다는 유치열기(6개월~만 6세)나 혼합치열기(만 7~13세) 환자에게 더 적합하다. 부정교합이 심해 치열이 지나치게 틀어졌다면 투명교정보다 기존 고정식 브라켓 교정이 효과적이다.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교정장치를 자주 빼면 그만큼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교정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정정화 인제대 일산백병원 치과교정과 교수는 “식사할 때와 양치질을 할 때를 제외하고 계속 교정장치를 착용하려면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의지가 약해지는 환자가 적잖다”며 “처음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투명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가 뒤늦게 설측 브라켓교정 등으로 장치를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반 교정장치보다 내구성이 약한 것도 흠이다. 투명교정 장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0.5~0.75㎜ 두께의 폴리에틸렌으로 제조된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잘 마모되고, 수면 중 이를 가는 환자가 착용하면 쉽게 파손된다. 열이 가해지거나 강한 외부충격을 받아도 형태가 변형될 수 있다.
정 교수는 “투명교정은 잘 보이지 않고 탈·부착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교정 전문의의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치료가 끝날 때까지 투명교정기를 성실히 착용할 수 있는지 생각한 뒤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의 설명을 잘 듣고 치료에 잘 협조하면 기존 브라켓 교정과 같은 치료효과를 얻고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