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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청와대·여당 ‘내로남불’ 원격진료 추진에 뿔난 의료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9-19 19:16:23
  • 수정 2020-09-16 02: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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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정부 당시 ‘4대 중점 저지악법’ 강력저지 … 대기업 회유 카드 분석도

의사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케어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원격의료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도서벽지와 군부대 등에 제한적인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 단체들이 강한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더불어민주당, 청와대와 함께 제한적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 4개 유형에 한해 의료인과 환자의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원격의료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진료하는 행위다.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과 환자 편의를 향상시킬 수 있어 미국 등 선진국들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의료계의 반대로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의료법 34조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 한해 의료진끼리 자문하는 형태의 원격의료만의허용되며 의료인과 환자의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정부는 2000년 강원도의 한 보건소를 시작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들어갔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막혀 올해까지 19년째 시범사업만 시행 중이다.

이번에 문재인정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의외라는 분석이 많다. 지금까지 원격의료는 보수정권의 주요 공약이자 정책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서비스발전법)은 2011년 이명박 정부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박근혜 정부 땐 의료계가 집단휴진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대선 기간 당시 문재인 후보는 “원격의료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한다”고 공약했다. 대한의사협회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한 질의에 대해서도 문재인 캠프는 같은 견해를 보였다. 심지어 2015년 4월 그가 당 대표이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4대 중점 저지 악법’으로 꼽고 입법을 강력히 저지했으며, 대통령 취임 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원격의료는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최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가진 오찬회동에서 “도서벽지에 있어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원격의료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라며 “원격진료는 의료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핵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언에 이어 당정청이 함께 제한적인 원격진료 도입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의료계는 일제히 ‘내로남불식(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책 추진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에서 집요하게 추진되던 원격의료 활성화가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일자리 대란 등으로 위기를 맞은 정부가 대기업 숙원사업인 원격의료 기반을 만들어주며 대기업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국민들의 높은 지지율을 믿고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원격의료는 대기업들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전락해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 비율이 5~6%에 불과한 상황이라 외국처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취약지 대상의 원격의료가 아닌 민간병원 중심 원격의료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과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했던 원격의료와 근본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산업 활성화에 중점을 둔 반면 이번 정부는 공공의료 보완이 궁극적인 목표라 사업 대상 인원이 100만명 이상에서 8만여명으로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대상은 법으로 정한 격오지, 교정시설, 군부대, 원양어선 내 환자 중에서도 경증환자나 만성질환 환자에게만 국한될 것”이라며 “모든 환자에게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중환자는 당연히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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