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코골이, 주간졸림증 등 수면장애 진단에 필수적인 수면다원검사가 급여 전환돼 수면질환 환자 부담이 대폭 경감됐다. 하지만 홍보 부족 탓에 여전히 많은 수면질환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진단 및 치료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개원가에서도 급여화 이후 실질적인 검사 환자 증가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낮은 수가에 대한 불만과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빈번한 코골이, 주간졸림 등 증상이 나타나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하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확진을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발생하는 호흡기류, 호흡노력(운동), 산소포화도, 심전도, 뇌파, 안전도(눈 움직임), 근전도(턱, 사지), 자세(체위) 등 다양한 생체신호들을 모니터링해 수면질환 여부나 수면상태를 평가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지금까지 수면다원검사는 비급여 하목에 포함돼 의료기관에 따라 검사비가 최대 100만원을 상회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의원급은 57만원8734원, 종합병원63만8291원, 상급종병 71만7643원으로 수가가 결정됐으며 환자는 이 중 20%만 부담하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100만원 안팎에 달했던 수면다원검사 비용은 10만원대로 대폭 낮아졌다.
단 급여 적용은 수면장애 중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특발성 과다수면증이 의심될 때에만 해당된다. 세부적으로 △주간졸림증·빈번한 코골이·수면무호흡·피로감·수면 중 숨막힘·잦은 뒤척임·수면 중 잦은 각성 등 하나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서 신체검진상 상기도 폐쇄가 의심되거나 △하나 이상의 증상과 함께 고혈압·심장질환·뇌혈관질환·당뇨병 기왕력이 있거나 △체질량지수(BMI, ㎏/㎡)가 30 이상인 환자에 한해 성인 수면무호흡증 평가 및 진단을 위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소아의 경우 이들 증상과 함께 편도가 큰 경우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수면무호흡증 진단 후 양압기 치료를 위해 적정압력을 측정하거나, 수술 후 효과를 평가하는 검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수면다원검사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상당히 많다. 먼저 진단에 필수적인 ‘수면 1시간당 호흡장애 발생 횟수’다. 호흡장애란 무호흡, 저호흡 같은 비정상적인 호흡을 의미한다. 이 항목은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할 뿐만 아니라 질환 중증도(심각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중증도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도를 예측하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혈중 산소포화도’도 중요한 지표다. 수면 중 무호흡, 저호흡 등이 발생하면 신체에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혈중 산소포화도가 감소한다.
이밖에 수면다원검사는 얕은 수면, 깊은 수면, 렘수면 등 각 수면 단계의 비율을 파악하고 뇌파, 심전도, 근전도, 수면 중 행동 등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된다.
최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수면의학센터장은 “그동안 비급여 검사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수면다원검사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다”며 “이번 건강보험 적용은 수면질환 환자의 질병 개선 및 건강 증진,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 업무 생산성 향상 등 개인·가정·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들은 급여화 이후 실질적인 검사 환자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관계자는 “과거 의사들이 수익 향상을 위해 비싼 수면다원검사를 강권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검사 이야기만 꺼내도 손사래를 치는 환자가 많다”며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검사 급여화 사실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검사 환자 수는 별다른 변동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개원의들은 수가나 인력 및 시설 측면에서 1차의원이나 중소병원에 불리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종별로 차이나긴 하지만 수면다원검사는 100만원 이상으로 비급여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며 “검사의 특수성, 필요한 시설·장비 수준을 감안하면 50만~60만원의 현재 수가로는 병원 운영조차 장담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기관이 수면다원검사시 급여를 적용받으려면 △수면평가장치(Polysomnograph) △검사조정실(Control Room) △적외선카메라 △검사 중 검사대상자와 검사자가 연락할 수 있는 연락장치 △검사대상자에 부착된 센서와 연결되는 신호전환 장치 등이 설치된 환자별로 독립된 수면검사실을 갖춰야 한다. 검사 중 환자에 대한 기본처치 및 응급상황 시 기도삽관과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시설도 필수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일정 부분 환자군이 확보된 상태이고 24시간 검사실을 돌릴 수 있어 유지가 가능하지만 규모가 작고 환자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의원급 입장에선 50만~60만원의 수가로 필요 장비를 갖추고 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급여 청구에 별도의 인증 자격이 필요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수면다원검사 정도관리위원회의 인증 자격기준을 갖춘 전문의가 검사를 시행할 때에만 급여 청구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비인후과학회 관계자는 “수면다원검사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도 아닌데 자격 제한을 위해 정도관리위원회라는 신설 제도를 느닷없이 도입한 것은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이라며 “공정성, 정당성 없이 의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선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