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석·황수빈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은 소득이 낮을수록 만성질환 관리가 소홀하다는 연구결과를 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남녀 2만8759명을 소득수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만성질환을 적절히 잘 관리하는 비율’은 40.4%에서 56.7%로 16.3%p 높아져 만성질환 관리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득에 따른 양상은 달랐다.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하위 25%)의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비율’은 2010년 41.2%에서 2015년 54.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상위 25%)은 각각 42.4%, 59.7%를 기록했다. 하위그룹과 상위그룹 격차는 2010년 1.2%p에서 2015년 5.6%p로 더 벌어졌다. 즉 소득이 낮을수록 만성질환 관리 비율은 저조했다.
질환별로 당뇨병과 신장질환은 연도와 관련 없이 모두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이 관리를 더 못했다. 고혈압 환자의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비율’은 2010년 33.1%에서 2015년 65.2%로 32.1%p 늘었지만 2010년엔 소득이 가장 높은 집단이 35.1%,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은 32.9%였다가 2015년엔 오히려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이 64.4%로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이 62.3%보다 향상된 역전현상을 보였다.
모든 그룹에서 만성질환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경제적인 요인이 꼽혔다. 소득이 낮을수록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도는 1.17배 높았다. 체질량지수, 고혈압, 교육수준, 직업 종류, 나이보다 소득이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6년간 만성질환 유병률 추이도 분석했다. 당뇨병 유병률은 2010년 10.1%에서 2015년 11.6%로 1.5%p 증가한 반면 고혈압은 같은 기간 34.4%에서 32.6%로 1.8%p 낮아졌다.
구호석 교수는 “하위 25% 그룹의 소득이 월평균 150만원 미만에 그치는 상황에서 전체 인구 1인당 월 평균 진료비는 10만원, 특히 65세 이상은 30만원 이상을 넘어 소득 대비 필수의료 진료비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성질환은 초기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동반돼 전체 의료비가 상승할 수 있어 국가적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기준 65세 이상 하위 25% 소득은 77만원 미만에 불과해 의료비로만 30만원을 지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황수빈 교수는 “빈곤할수록 건강이 나빠지고 결국 소득이 낮은 노동으로 더 빈곤해지는 건강 불평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