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김태완 안과 교수·이지영 신경과 교수팀은 조기진단이 어려운 파킨슨병을 안구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확보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파킨슨병으로 인한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뇌 속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의 밀도 변화간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 속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 발생한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빈도가 높은데 질환이 서서히 진행돼 정확한 발병 시기를 파악하기 힘들다. 발병 원인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조기진단법을 찾는 게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보라매병원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뇌내 도파민 생성세포의 밀도 감소와 망막내층의 두께 감소 사이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받고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평균 연령 69세 환자 49명을 선정한 뒤 눈검사를 실시하고 고해상도 눈스캔으로 망막 5개층의 영상을 촬영했다. 이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뇌에서 도파민을 생산하는 세포의 밀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의 망막두께는 35㎛로 같은 연령대 정상인의 평균 망막두께인 37㎛에 비해 현저하게 얇았다. 또 망막의 얇아짐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세포의 손실과 파킨슨병 중증도와 일치했다. 특히 망막이 가장 얇은 사람에서 가장 높은 중증도 행동장애가 나타났다.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도파민 생성세포 밀도 변화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지영 교수는 “이번 연구로 망막이 얇아질수록 파킨슨병이 심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태완 교수는 “눈 정밀 스캔만으로도 파킨슨병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신경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