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정한샘·주형준·심재민·박성미 교수)은 국내 최초로 수술 후 발생한 승모판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없이 판막이식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실시된 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은 모두 승모판역류증 환자가 대상이었고, 승모판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동맥판막협착증, 대동맥판막역류증, 승모판막역류증, 승모판막협착증에 경피적시술이 가능하게 됐다.
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TMVI 또는 TMVR)은 가느다란 도관을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 우심방으로 접근시킨 뒤 심방중격에 인공적인 구멍을 뚫고, 인공판막을 승모판에 삽입한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시술기법이 필요해 세계에서도 극히 드물며,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 단계다.
경피적 판막치환시술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널리 쓰이는 치료법이지만 승모판막질환의 경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 특히 승모판막협착증은 승모판막역류증보다 시술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승모판 판막이식은 가슴을 여는 수술적 치료가 표준이다. 하지만 고위험환자의 판막에 기능이상이 발생한 경우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많다. 수술 위험도를 측정하는 STS점수(수술후 30일내 사망가능성)가 8% 이상이면 고위험으로 분류돼 수술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
이번 시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환자는 81세 고령으로 2010년 중증 승모판협착증으로 승모판막 치환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승모판협착증이 진행돼 결국 중증 승모판협착증에 폐고혈압까지 동반됐다. 2017년 경피적 승모판막 풍선확장술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호흡곤란이 동반됐다. 숨이 차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고 전신쇠약으로 컨디션은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약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손을 쓰지 않으면 곧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환자의 저조한 컨디션, 기존 개흉수술 경험, 고령 등 위험요소 탓에 재수술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국내에서 단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승모판막협착증에 대한 경피적 승모판막치환술로 인공판막을 삽입하기로 결정했다.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의 승모판막협착증은 완전히 교정됐다.
유철웅 교수는 “경피적 판막치환술은 개흉수술로 인한 여러 합병증 위험이 적고, 병원 입원기간이 짧으며, 추후 재발 시 재시술이 용이하다”며 “앞으로 적응증을 넓혀 수술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팀은 이전에도 카바수술 후 발생한 중증 대동맥판막역류증에 대한 경피적 대동맥 판막치환술을 국내 최초, 중증 승모판막 역류증에 대한 경피적 승모판막치환술을 국내 두 번째로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