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41)는 한 달에 2~3번씩 수면 중 종아리 부근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느껴져 잠에서 깨는 일을 겪는다. 꼭 쥐가 난 것처럼 다리 전체에 경련이 일어나고 식은땀까지 날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어떤 날엔 심한 통증 탓에 자신도 모르게 ‘악’하고 비명을 질러 옆에서 자던 부인이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 막상 병원에 가도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해 고민만 커져가는 상황이다.
수면 중 다리근육 등에 갑작스러운 경련과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야간성·국소성 근육경련 또는 주기성 사지운동장애라고 한다. 주요 발생 부위는 종아리근육이며 발이나 허벅지 등 다른 부위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몇 분 이내로 짧게 나타날 수 있고 낮은 확률로 몇 시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시간당 5회 이상 발생하면 주간졸림증 및 불면증, 우울증, 기억력 감퇴 등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아가 이런 겪으면 주의력 결핍, 이상행동, 만성피로 등에 시달릴 수 있다.
흔히 ‘쥐가 났다’고 표현하는 근육경련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증상이다. 평소보다 많이 걷거나, 안 쓰는 근육을 갑자기 무리하게 사용하면 무릎과 종아리 뒤쪽에 있는 가자미근과 비복근이라는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되면서 통증이 느껴진다. 도망가는 여성을 쫓는 말이 스카프로 뒷다리가 묶여 꼼짝달싹도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찰리호스(charley horse, 미국 은어)’라고도 한다.
한번 경련이 일어나면 적게는 수초에서 길게는 15분 이상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다. 코에 침을 바르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전혀 없다.
수면 중 근육경련은 하지불안증후군과 헷갈리기 쉬운데 다른 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 중이거나 가만히 쉴 때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 들고 다리가 움직일 것 같은 충동이 드는 질환으로 근육경련과 달리 큰 통증은 없는 게 특징이다.
수면 중 갑자기 쥐가 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낮 시간에 많이 걷거나,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반대로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길면 혈액순환이 저하되고 피로물질인 젖산이 다리근육에 축적돼 밤이 되면 통증과 경련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베타차단제·베타수용체자극제·콜린작용제·칼슘채널차단제·스타틴제제·이뇨제·지질강하제 등 일부 약물, 당뇨병·신장질환·간질환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나트륨과 마그네슘 등 전해질 부족은 근육경련 빈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철엔 땀으로 몸 속 미네랄 성분이 과도하게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해 근육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음주와 카페인 섭취도 수분 손실을 촉진하고 전해질 균형을 깨뜨려 경련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평소 다리경련이 자주 일어나는지 체크해보고 싶다면 종아리를 만져보면 된다. 경련이 자주 일어나는 사람은 종아리근육이 남보다 단단하게 굳어 있고 멍울 같은 근육덩어리가 많져진다.
권오현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평소 수면 중 다리경련을 자주 겪는 사람은 잠자리에 들기 전 40~43도 온도의 따뜻한 물에 발목을 15분 가량 발목을 족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수면 중 일어나는 다리경련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갑자기 다리경련이 일어났을 때 가장 좋은 대처법은 스트레칭이다. 경련이 어느정도 진정되면 바닥에 앉아 다리를 뻗고 발끝을 가슴 쪽으로 천천히 당기는 방식으로 스트레칭하고 경련 부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해준다. 가까이에 벽이 있으면 발바닥으로 벽이나 바닥을 강하게 미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평소 걷기나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신체활동량을 조금 줄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평소 운동량이 부족할 경우 낮은 강도의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면 좋아진다.
보존적인 요법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땐 병원을 찾아 경련을 일으키는 원인질환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전신 또는 부분적인 근육경련을 일으키는 질환은 콩팥병, 요독증, 당뇨병성 신경장애, 심혈관질환, 간질, 수막염, 뇌염, 뇌종양·뇌출혈·지주막하출혈 등 뇌혈관질환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