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애인 또는 부인과 로맨틱한 스킨십을 기대하고 여행을 떠났다가 실망감만 안고 돌아오는 남성이 적잖다.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 발기부전 때문이다.
발기부전은 성기가 충분히 발기되지 않거나 발기경직도가 약해 성생활이 어려운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이다. 국내 발기부전 환자는 230만명 정도로 40세 이상 남성 10명 중 4명에서 발생한다.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와 비만, 과음, 흡연, 무더위 등 요인이 겹쳐 고령층은 물론 젊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긴장감·불안감 등 정신적인 문제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심인성 발기부전은 금방 개선되지만 같은 증상이 장기간 반복돨 경우 다른 신체 문제를 의심해보는 게 좋다.
심장은 발기부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부위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심장병예방센터 연구에 따르면 발기부전 남성은 다른 남성에 비해 심근경색, 심정지, 급성심장사, 뇌졸중 등 심장혈관질환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과 심장질환의 접점은 혈관에 있다. 남성 발기부전의 상당수가 혈관 문제로 발생하는 혈관성이다. 혈관성 발기부전의 원인 중 하나인 죽상동맥경화증은 노화, 비만, 흡연 등으로 혈관벽이 좁아지고 탄성이 줄어 혈전이 생성되는 질환이다.
남성이 성적 자극을 받으면 음경 말초혈관이 확장되면서 평소보다 8배 많은 혈액이 몰려 발기가 되는데 이 때 동맥경화증 등으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음경 강직도가 떨어지게 된다. 심할 경우 좁아진 혈관 탓에 음경에 통증이 느껴지고, 음경 모양이 휜 상태로 굳는 ‘페이로니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위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가 끈적끈적해지면서 혈전 생성이 늘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발기부전이나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발기부전을 심혈관질환의 전조증상으로 여겨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봉희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된 여러 연구에서 발기부전은 심혈관질환의 선행질환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나타냈다”며 “다만 발기부전 환자가 무조건 심장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축구로 치면 ‘옐로카드’를 받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기부전을 치료했다고 해서 심혈관질환까지 치료되는 것은 아니므로 질환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상담 및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당뇨병도 발기부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보통 발기부전 환자의 20%가 당뇨병을 앓는데 대부분 혈관 및 신경손상이 원인이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고 혈당 변동 폭이 클수록 발기부전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전립선질환의 경우 만성 전립선염 환자의 절반가량이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음경혈관 손상 및 경화, 음경 혈류차단, 음경 섬유화 등을 유발해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발기부전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급한 마음에 전문의 처방 없이 불법으로 발기부전치료제를 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발기부전 치료약 밀반입국이다. 밀수 발기알약 중 60~70%는 가짜로 추정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한 환자 4명 중 3명이 부작용을 경험했고, 이 중 몇몇은 반신마비 등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발기는 몸 건강 상태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지표”라며 “균형잡힌 식습관과 운동으로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면 발기력을 보존하고 각종 심혈관질환과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