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 간염환자에서 근육량 감소가 간섬유화를 더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승업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이용호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코호트자료를 분석해 근육량 감소증과 간섬유화가 독립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만성 B형간염은 백신과 강력한 항바이러스 치료가 개발됐지만 여전히 전세계적인 의학적 난제로 꼽힌다. 3억5000만명 이상이 B형간염 진단을 받았으며, 매년 약 100만명이 합병증인 간경변과 간세포암으로 사망한다.
만성 B형간염의 장기적인 예후인자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간섬유화의 진행 정도다. 최근 강력한 항바이러스제로 간섬유화의 진행 정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여전히 섬유화가 진행된 부분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존재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인자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김 교수팀이 B형간염을 보유한 506명(남성 258명, 여성 248명)을 이중에너지 X선 흡광분석법(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 DEXA)으로 분석한 결과 126명(24.9%)에서 근육량 감소가 확인됐다. 506명 중 217명(42.9%)에서 항바이러스치료를 시작해야 하거나, 간경변 악화 위험이 큰 간섬유화가 발견됐다.
근육량 감소와 간섬유화의 관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체질량지수, 복부비만, 대사증후군, 인슐린저항성 등 인자를 보정해도 근육량 감소와 간섬유화는 독립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번 연구에서 근육량이 감소하면 약 2.4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간섬유화 위험성이 높아졌다. 특히 복부비만이 있거나, 체질량지수가 높거나, 대사증후군을 앓거나,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한 환자에서 근육량 감소와 간섬유화의 관련성이 높았다. 지방간이거나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김승업 교수는 “만성 B형간염에서도 비알코올성 간질환처럼 근육량 감소가 간섬유화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는 대사적으로 불안정한 환자의 경우 식이조절이나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증가시키면 간섬유화를 줄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성 B형 간염환자에서 근육량 감소가 간섬유화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전향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소화기학회지인 ‘소화기약리학 및 치료학(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