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하고 무더운 여름철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집안 곰팡이는 온도 20~30도, 습도 60% 이상인 환경에서 가장 잘 증식하는데 장마철엔 최적의 번식 환경이 조성된다.
곰팡이는 축축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라는 미세한 실 형태의 미생물로 ‘진균’으로도 불린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약 7만2000종으로 곤충과 식물을 제외하면 종류가 가장 많은 생물군이다. 곰팡이 자체는 인체에 위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인체 건강을 위협한다. 미세한 크기의 포자가 호흡기로 흡입돼 기관지를 자극하면 기관지염, 알레르기, 천식, 잔기침, 만성 축농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어린이, 노인,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곰팡이균의 하나인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에 장기간 노출되면 치료가 어려운 ‘만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아스퍼질러스증)’이 생길 수 있다. 이 질환은 초기에 발열·기침·호흡곤란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부비동까지 전이되기도 한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객혈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 종은 체내에서 곰팡이 독소의 일종인 발암물질 ‘아플라톡신’을 생성하기도 한다.
곰팡이는 백선(피부사상균증), 칸디다증, 어루러기 등 표재성 피부 곰팡이증의 원인이 된다. 표재성 피부 곰팡이증은 피부 가장 바깥층인 표피의 각질층, 머리카락, 손발톱에 진균이 감염돼 발생한다. 전체 피부질환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백선은 피부사상균(Dermatophytes)의 일종인 적색백선균(Trichophyton rubrum)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으로 두피, 사타구니, 발 등에 생길 수 있다.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발 백선은 흔히 무좀으로 불리며, 사타구니에 생긴 백선은 완선이라고 한다. 두 질환은 심한 가려움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머리에 생기는 두부백선은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칸디다증은 칸디다균(Candida)에 의해 발병하는 감염증으로 ‘아구창’으로 불리는 구내염과 여성 질염이 대표적이다. 어루러기는 말라세지아(Malassezia)라는 효모균에 감염돼 발생한다. 가슴, 등, 겨드랑이, 목 등에 황토색·황갈색·붉은빛을 띠는 반점이나 각질이 생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젊은층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이밖에 곰팡이의 퀴퀴한 냄새는 메스꺼움과 피로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장마 기간에는 곰팡이와 세균의 생장 속도가 2~3배 빠르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평소 집안 어느 곳에 습기가 차는지 수시로 점검해 곰팡이를 예방해야 한다”며 “창문 주변, 벽 모서리, 장판 밑, 욕실 타일 등은 습기가 쉽게 차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벽은 결로현상으로 곰팡이의 발생이 잦은 곳이다. 결로현상은 내부와 외부의 기온 차이로 이슬이 맺히는 것을 의미한다. 옷장, 서랍장, 냉장고 같은 덩치 큰 물건에 가로막힌 벽은 통풍이 잘 되지 않아 곰팡이에 취약하다. 곰팡이를 예방하려면 가구와 벽의 간격을 최소 4~5㎝ 떨어뜨리는 게 좋다. 습도가 높은 날에 선풍기 바람을 벽과 가구 사이에 쐬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벽지가 습기로 눅눅해지면 마른걸레로 닦아내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뒤 습기제거제를 뿌리거나 락스(유성페인트)를 살짝 발라준다. 이미 곰팡이가 피었다면 산성 물질에 약한 성질을 이용해 마른 걸레에 식초를 묻혀 닦아내면 된다. 그래도 잘 제거되지 않으면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뒤 브러시, 칫솔, 결이 고운 샌드페이퍼 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 제거한다. 장판 아래에 습기가 찬 경우 마른걸레로 닦고 바닥에 신문지를 몇 장 겹쳐 깔아 습기를 빨아들이도록 한다. 눅눅한 상태가 지속되면 2~3일에 한 번씩 신문지를 갈아주도록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습과 청결이다.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음식이 닿는 주방식기·도마·행주와 침구류는 햇볕에 말려 살균해준다. 전용 제습기나 에어컨 제습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