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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꿈의 암 치료기’ 경쟁, 양성자·중입자치료 차이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6-25 17:14:22
  • 수정 2019-04-12 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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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브란스, 2022년 국내 최초 중입자가속기 도입 … 양성자보다 3배 강하지만 혈액암 치료 불가

최근 몇년간 진행된 대학병원들의 암병원 설립 경쟁이 첨단 방사선치료 주도권 다툼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성자치료가 국내에 자리잡기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재발 및 부작용 위험을 현저히 낮춘 중입자치료가 도입되면서 향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중입자치료 분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병원 측은 총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2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기를 위한 중입자가속기를 도입 및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가장 먼저 타진했던 곳은 원자력의학원이었다. 의학원은 2010년부터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인근에 중입자치료센터를 건립하고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하려 했지만 총 1950억원의 예산 중 의학원이 부담해야 할 7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2017년 3월 서울대병원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750억원을 투입키로 하면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다만 2021년 하반기까지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할 방침이었지만 계획보다 사업비가 늘고 장비 발주에 상당 기간이 소요돼 실질적인 운용은 2023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입자치료와 양성자치료기 모두 암의 방사선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꿈의 암치료기’라고 불린다. 두 치료 모두 정상세포는 건들지 않고 암세포만을 파괴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입자방사선의 특징을 이용해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치료 과정에서 통증이 없다.

작동 원리는 다르다. 양성자치료는 수소 원자핵의 소립자인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화해 암 조직을 파괴한다. 가속된 양성자선은 몸 속을 통과하면서 정상조직에는 방사선 영향을 주지 않다가 암 조직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유전자)를 파괴한다. 이후 양성자선은 바로 소멸되고, 암 조직 뒤에 있는 정상조직에는 방사선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치료 과정이 신속하고 고통이 거의 없고 치료 시간도 1회 20~30분 정도다. 양성자선이 환자에게 쬐어지는 시간은 2~3분, 나머지 15~25분은 환자를 치료대 위에 고정하는 데 소요된다.
2007년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래 국립암센터·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등 두 곳이 양성자치료기를 운영 중이다.

양성자치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알려진 중입자치료는 탄소 등 무거운 원소의 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올린 뒤 암세포를 죽인다. 중입자는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 조직만 사멸시킨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가 ‘날카로운 명사수’(Sharp Shooters)라고 표현할 정도로 정확도가 우수하다.

중입자치료는 방사선량이 양성자치료보다 적은 반면 질량무게 특성상 암세포 사멸률은 3배 이상 높다.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쉽게 탁구공과 골프공 중 어떤 것으로 암을 타격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중입자치료는 파괴력이 커 난치암에도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모든 암치료에서 중입자가 우위에 있다고 단정지는 것은 무리”라며 “전반적으로 중입자치료의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소아암 등 특정 암에서는 반대의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 대상은 국내 전체 암 환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5년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낮은 폐암과 간암, 췌장암은 물론 치료가 어려웠던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등 난치암 환자와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고령의 암환자 등 연간 1만명 이상이 치료 대상이다.

일본국립방사선종합연구소(NIRS)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생존율이 20% 이하에서 53%까지 향상됐다.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는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방사선·양성자치료는 평균 30회의 치료를 받지만 중입자치료는 12회만 받으면 된다. 다만 혈액암, 다발성 원격전이환자, 연동운동을 하는 소화기계통의 암은 치료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암 치료기를 비용 대비 효과성에 대한 정밀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들여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비 가격이 비싼 만큼 치료비도 부유층이 아니라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중입자치료는 해외 사례를 기준으로 1회에 8000만~1억원에 달한다. 다행히 양성자치료는 2015년부터 18세 이하 소아종양, 간암, 뇌종양, 두경부암(안구 종양 포함), 폐암, 방사선 치료 부위 재발암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료비가 기존 3000만원에서 500만~8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혜택을 보는 환자는 적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급여 적용이 됐다고는 하지만 기준이 타이트해 실제 치료 환자 중 혜택을 받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는 높인 차세대 항암제가 출시되는 등 다양한 암 치료법이 도입되고 있어 무작정 수천억원의 치료기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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