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35%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황보율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 내분비내과 전문의, 공선영 진단검사의학과장,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소 교수, 강단비 박사팀은 국가 표본 코호트 분석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국내에선 매년 21만명의 신규 암환자가 발생하는데 진단 및 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있다.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암으로 치료 중이거나 완치 후 생존한 암유병자는 161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암 치료는 물론 암생존자의 삶의 질 향상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암생존자의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등 만성 합병증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연구팀은 약 50만명의 국가 표본 코호트에서 암치료를 받은 환자와 암을 경험하지 않은 대조군의 당뇨병 발생률을 평균 7년간 비교 분석한 결과 암 경험자는 당뇨병 발생이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종별로는 췌장암(5.15배), 신장암(2.06배), 간암(1.95배), 담낭암(1.79배), 폐암(1.74배), 혈액암(1.61배), 유방암(1.60배), 위암(1.35배), 갑상선암(1.33배) 순으로 당뇨병 환자 증가가 확인됐다. 시기적으로는 암을 진단받고 2년 이내에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았고, 장기적으로 발생 위험은 높게 지속됐다.

연구팀은 암 자체나 암치료 과정 중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당뇨병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황보율 전문의는 “기존에 알려진대로 췌장암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서 발생하므로 당뇨병 발병 확률이 가장 높았다”며 “항암치료에 흔히 사용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일부 항암제가 직접적으로 고혈당을 유발하거나, 최근 도입된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 부작용으로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암과 당뇨병의 위험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요인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봤다. 당뇨병의 주요 위험요인은 비만, 운동 부족, 불균형적 식사, 담배, 음주 등이 꼽힌다. 이들 요인은 암 발병과도 깊게 연관된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는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암생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치료 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지(JAM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자매지인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JAMA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