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제제는 주사할 때 아프고 다른 경구제가 듣질 않는 중증인 경우에 투여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인슐린을 조기에 적극 활용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보호해 수 십년간 혈당조절하기가 수월하다. 인슐린에 대한 오해 때문에 국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제제 사용률은 약 10%로 선진국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인슐린 제제는 사람 췌장에서 만들어진 인슐린과 거의 같아 다른 계열의 당뇨병치료제와 달리 저혈당이나 체중증가 외에 부작용이 별로 없어 소아에서도 처방된다. 최근 출시된 장기지속형(long acting) 제제인 차세대 기저인슐린은 구세대 품목보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조절해 저혈당 위험이 낮은 단백질 분자 구조를 갖는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glucagon-like peptide-1) 유사체를 결합해 인슐린의 체중증가 효과를 상쇄하는 복합제도 등장했다.
이 중 혼합형 인슐린은 중시간형(intermediate) 또는 장기지속형 인슐린 중 하나, 초속효성(rapid)이나 속효성(regular) 인슐린 중 하나 등 두 가지 이상 성분이 섞여 있다. 1일 2회 투여로 공복·식후 혈당을 모두 조절, 이들 인슐린을 병용투여하는 기저·식사(Basal-Bolus) 요법의 1일 4~5회 대비 주사 횟수가 적어 복약순응도가 높다.
인슐린 제제는 약효 지속시간에 따라 초속효성, 속효성, 중시간형, 장기지속형 등으로 나뉜다. 초속효성 및 속효성 인슐린은 효과 발현이 빠르고 지속시간이 짧아 각각 매 식사를 하기 15분, 30분 전에 맞으면 식후 혈당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춘다. 초속효성 인슐린은 효과가 3~4시간, 속효성은 4~6시간 유지된다. 중성 프로타민 단백질(NPH, Neutral Protamine Hagedorn)을 결합한 중시간형 인슐린은 효과가 투여 15분 안에 효과가 나타나 10~16시간 지속되며, 기저인슐린은 주사 후 2~4시간 안에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24시간 이상 유지된다.
혼합형 인슐린의 대표 품목으로는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의 ‘노보믹스’, 한국릴리의 ‘휴마로그믹스’와 ‘휴물린’ 등이 있다. 치료제마다 약효 발현·유지 시간이 다른 인슐린이 고정 비율로 섞여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해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과 투여 용량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보믹스 30’(BIAsp 30, Biphasic insulin aspart 30, 가용성 인슐린 아스파트 30%·프로타민 결합형 인슐린 아스파트 70%)은 초속효성 인슐린 제제 ‘노보래피드’의 성분인 인슐린 아스파트 30%와 이 성분에 NPH를 결합한 중시간형 인슐린 70%가 결합됐다. ‘노보믹스 50’(BIAsp 50, Biphasic insulin aspart 50, 가용성 인슐린 아스파트 50%·프로타민 결합형 인슐린 아스파트 50%)은 두 성분이 각각 50%씩 결합돼 있는 게 특징이다.
‘휴마로그믹스 25’(insulin lispro, 인슐린 라이스프로 25%·인슐린 라이스프로 프로타민 현탁액 75%)는 초속효성인 인슐린 라이스프로 25%와 이 성분에 NPH를 결합한 성분 75%가 혼합돼 있다. ‘휴마로그믹스 50’(인슐린 라이스프로 50%·인슐린 라이스프로 프로타민 현탁액 50%)은 두 인슐린 비율이 각각 절반을 차지한다.
초속효성인 인슐린 아스파트와 인슐린 라이스프로는 겐터 보덴(Guenther Boden) 미국 템플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비교한 연구에서 약물동태학(pharmacokinetics, 약물 흡수·분포·대사·배설과정)이나 효능 측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당뇨병관리’(Diabetes Care)의 2003년 7월호에 실렸다.
인슐린 아스파트는 사람 인슐린과 달리 단백질의 B28 자리에 프롤린이 아닌 아스파트산으로 구성된다. 인슐린 라이스프로는 B28 자리의 아미노산이 프롤린이 아닌 리신이고, B29 자리는 리신이 아닌 프롤린으로 이뤄져 있다.
‘휴물린 70/30’(BHI 30, biphasic human insulin 30, NPH 인슐린 70%·레귤러 인슐린 30%)은 사람 인슐린 성분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NPH을 결합한 중시간형 인슐린 70%와 속효성 인슐린 30%로 구성된다. 릴리는 사람 인슐린 DNA를 대장균 DNA에 넣어 약물 성분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해외 한 논문에선 노보믹스 30이 휴물린 70/30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폴 발렌시(Paul Valensi) 프랑스 파리13대 장베르디에병원(Jean Verdier Hospital) 내분비내과 교수팀이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BIAsp 30(대표약 노보믹스 30)과 BHI 30(휴물린 70/30)을 비교한 무작위배정 통제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BIAsp 30은 BHI 30보다 저혈당 위험이 낮았다. 당화혈색소(HbA1c) 감소 효과 관련 1형 당뇨병 임상에선 BHI 30 대비 비열등성을, 2형 당뇨병에선 우월성을 입증했다. 결과는 국제학술지 ‘당뇨병·대사증후군·비만’(Diabetes, Metabolic Syndrome and Obesity) 2009년 6월호에 실렸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혼합형 인슐린 ‘리조덱’(인슐린데글루덱 70U/㎖·인슐린 아스파트 30U/㎖, insulin degludec·insulin aspart)은 기존 약보다 공복혈당 감소 효과가 뛰어나고, 저혈당 발생위험이 낮은 게 장점이다.
이 회사의 장기지속형 기저인슐린인 ‘트레시바’(인슐린데글루덱) 70%와 노보래피드 성분인 인슐린 아스파트 30%로 구성된다. 두 가지 성분이 단순히 섞여 있는 게 아니라 결합된 구조(co-formulation)다. 주성분인 인슐린데글루덱은 인슐린 사슬 길이를 연장하는 멀티헥사머 기술이 적용돼 24시간 균일하게 혈당을 조절, 혈당변동폭을 최소화해 저혈당 위험이 낮다. 모노헥사머 구조인 인슐린 아스파트는 식후혈당을 빠르게 조절한다.
리조덱은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 총 2414명이 참여한 5가지 주요 임상연구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제2형 당뇨병 환자 447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Premix I’ 3상 임상연구 결과 치료 26주 후에 리조덱 투여군은 공복혈당이 노보믹스 30 투여군 대비 20.52㎎/㎗ 감소했으며, 전체 저혈당 발생률이 32% 낮고, 야간 저혈당 발생률은 73% 낮았다. 리조덱은 노보믹스 30보다 11% 적은 용량으로도 목표혈당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