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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사소한 두통에 CT·MRI 촬영은 과잉진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5-02 08:32:10
  • 수정 2020-09-13 15: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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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의료계, 맹장 어린이 CT 등 불필요 판단 … ‘문재인케어’ 과잉진료 억제효과, 의료쇼핑 확산 우려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국내 CT 촬영 건수는 2010년 525만건에서 2015년 770만건으로 늘었다.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검사의 건강보험 비중을 늘리려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갈등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케어’ 실현을 위해 MRI·CT 등 영상검사의 전면 급여화를 1순위 과제로 삼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급여화되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질수록 1차의원과 2차중소병원이 줄도산하고, 저렴한 비용 탓에 의료쇼핑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MRI와 CT는 진료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비급여항목이라 병·의원이 가격을 자체적으로 책정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병원 규모 등에 따라 진료비가 최저 10만원에서 최대 80만원까지 8배나 차이났다.
뇌, 척추, 고관절 MRI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대학병원은 60만~75만원, 개원가는 35만~45만원선이다. 복부·골반·전립선 등 부위는 조영제를 투여하므로 10만원 가량 비싸다. 전신 MRI 촬영은 160만원 정도다.

국내에선 건강보험 수가가 진료원가의 70% 수준으로 책정된다. 즉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는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든 구조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MRI 같은 비급여진료로 건강보험 진료 손실분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병원 재정을 충당했다.

주수입원인 만큼 국내 의료기관들은 너나 할것 없이 고가의 장비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의료기관이 보유한 CT는 1923대, MRI는 1407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는 208대로 연평균 각 1.6%, 6.0%, 4.7% 증가했다. 인구 100만명 당 장비 수는 CT 37.2대, MRI 27.2대, PET 4.0대다. 이는 OECD국가(2015년) 평균인 CT 25.6대, MRI 15.5대, PET 2.0대보다 훨신 많은 수치다.

장비 구입에 들인 비용이 많을수록 과잉진료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 의료장비의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 수요가 늘고 의료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화질이 불량한 장비는 건강보험에서 퇴출하는 정책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국내 CT 촬영 건수는 2010년 525만건에서 2015년 770만건으로 늘었다. MRI 촬영건수도 670건에서 1190건으로 증가했다.

직장인 권모 씨는 얼마 전부터 피로감과 두통으로 고생하다 유명 종합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뇌혈관 문제일 수 있으니 당장 뇌혈관 MRI를 촬영해보자고 권유했고, 덜컥 겁이 난 권 씨는 검사 날짜를 잡았지만 급한 일이 생겨 검사를 미뤄야 했다. 그러던 중 증상이 점차 괜찮아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 다른 병원에 가서 진찰받은 결과 평범한 감기몸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고가의 뇌 MRI를 촬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미국에선 2012년부터 미국 내과의사협회재단(ABIMF) 주도로 ‘Choosing Wisely(현명한 선택)’라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미국내 발생하는 의료비 중 약 30%가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검사나 치료 때문에 발생한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됐다. 미국 의료계는 이 캠페인을 통해 의료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적정진료 확산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미국심장학회·영상의학전문의학회·가정의학회·소화기내과학회·임상종양학회·신장학회·심장핵의학회·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 등이 각각 5개씩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 리스트를 선정해 공개했다.

이중 영상의학전문의학회는 불필요한 검사·치료 리스트로 △사소한 두통 환자의 CT·MRI 촬영 △피검사 같은 기초검사를 받지 않은 폐색전증 의심 환자의 CT·MRI 촬영 △뚜렷한 병력이 없고 보행 가능한 환자에 대한 흉부 X-레이 남발 △맹장이 의심되는 어린이의 CT 촬영 △여성난소의 물혹 등 흔한 증상에 대한 추적검사 용도로 CT·MRI 촬영 등을 제시했다.

MRI·CT를 전면 급여화하는 문재인케어로 과잉진료, 과잉검사 문제가 해결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오히려 병원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산하는 메디푸어 양산을 막는 비급여 정책이 나이롱 환자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앞으로 MRI같은 고가 영상검사나 대형병원 입원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의료쇼핑을 막고 문재인 케어가 성공하려면) 독일처럼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이 아니면 CT나 MRI 같은 고가 장비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환자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병원에 가도록 법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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