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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선택진료비 폐지 100일 … 대형병원 환자쏠림 가속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3-21 01:42:09
  • 수정 2019-05-10 19: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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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급종합병원, 환자 늘었지만 중증도 감소 우려 … 지역·중소병원, 지원금도 차별 ‘난감’

환자가 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고 진료비의 15~50%를 추가로 부담하는 선택진료비가 폐지된지 약 3개월이 지난 현재 환자와 일선 병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환자들은 적은 진료비로 대학병원의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반면 중소병원과 동네의원들은 환자가 큰 병원으로 몰려 경영난만 악화됐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병원도 상황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원 환자는 늘었지만 대부분 경증질환 환자라 향후 상급종합병원 평가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택진료제도는 원래 특진제도로 불리다 지정진료로 명칭이 바뀌었고 2000년 9월 5일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의사를 지정해 선택진료를 받으면 진료비의 최대 55%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선택진료 대상 의사는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선택진료의료기관의 장이 전문의 취득 후 10년이 경과한 의사, 면허 취득 후 15년이 경과한 치과의사·한의사 중 33.4% 범위 안에서 지정했다. 병원 입장에선 비급여 진료와 함께 저수가를 보전하는 기제로 활용했다. 그러나 환자가 딱히 선호할 의사가 없는데도 일반 의사에게 진료받을 길이 없으면 반강제로 선택진료를 받아야 하는 게 폐단으로 굳어졌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환자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4년간 선택진료비를 단계적으로 줄였고 지난 1월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는 ‘문재인케어’ 시행에 맞춰 전면 폐지했다. 선택진료가 사라지면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으러 충북 지역에서 왔다는 박모 씨(62)는 “몇 년 째 신장이 좋지 않아 인근 대학병원을 다녔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는데 올해부터 거의 비슷한 비용으로 큰 병원 명의에게 진료받을 수 있다고 해서 서울까지 올라왔다”며 “고령화로 만성질환 환자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넓어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병원들은 선택진료 폐지 후 내원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평가다. 한 대학병원은 지방 환자의 비율이 급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외래 환자가 18%나 늘었다. 특정 의사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서울에 있고 병원 브랜드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진료예약을 하는 지방환자가 대다수다.

하지만 환자 수가 늘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 아니다. K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담당 의료진의 피로도가 급증하고 있다”며 “선택진료제도 아래에선 진료비 일부를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했지만 폐지 후엔 마땅한 보상책이 마련되지 않아 의료진의 의욕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선택진료비 폐지 보상 방안으로 5000억원가량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아직은 딱히 체감되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경증 환자가 몰리면서 상급종합병원 평가 등에서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고려되는 중증도 유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2차병원과 3차병원간 진료비 격차가 줄면서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리자 지역병원과 중소병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선택진료비 폐지라는 악재가 겹치면 문 닫는 동네 병·의원이 속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지역 종합병원 소속 정형외과 전문의는 “허리가 좋지 않아 3년 넘게 진료받던 한 환자가 큰 병원에 가봐야겠다며 소견서를 써 줄 것을 부탁했다”며 “선택진료 폐지로 진료비 부담이 줄면서 환자 유출 현상을 겪는 지역병원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정부가 선택진료비 대신 도입한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가 대형병원에만 유리하고 규모가 작은 병원엔 불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 질 평가는 △의료 질과 환자안전 영역 △공공성 영역 △의료전달 체계 영역 △교육수련 영역 △연구개발 영역 등 5가지 영역 56개 지표를 평가해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1등급 지정을 받으면 입원환자 1인당 2만2500원(지난해까지 1만6360원), 외래환자 1인당 7500원(5490원)의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받는다. 가장 낮은 5등급은 입원환자 1인당 420원(지난해 70원), 외래는 140원(50원)에 불과해 사실상 병원 경영엔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상급종합병원들 포함한 대형병원들은 대부분 1~2등급에 포함돼 어느 정도 필요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4~5등급, 심지어 등급 제외 판정을 받을 게 유력한 중소·지역병원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마련된 지원 제도가 오히려 의료서비스 수준을 향상하고자 하는 중소병원 의지를 꺾고 있다”며 “출발선이 다른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대형병원은 환자가 몰려 선택진료비 폐지에도 경영에 문제가 없지만 작은 병원은 정반대 상황에 몰릴 것”이라며 “의료계 이해단체들이 의료전달체계에 관한 대승적 합의를 도출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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