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허가초과 항암요법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학제적위원회가 구성돼 있는 요양기관 중 일부에 사후승인제를 도입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안을 16일 예고했다. 사후승인을 받고 항암제를 사용하려면 추가 인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제는 현재는 사전승인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의료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하지 않은 적응증 치료에 해당 항암제를 사용할 경우 의료기관 내 다학제적위원회 협의를 거쳐 심평원장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2004년부터 운영되고 있지만 대상기관이 한정돼(지난 1월 기준 71곳)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의사의 처방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어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번 개선안에는 지난해 9월 학계, 환자·시민단체, 유관기관 등 각 분야 대표로 구성된 ‘허가초과 약제 사용제도 개선 협의체’가 5차례에 걸쳐 논의한 결과가 반영됐다. 심평원은 예고기간 중 의견수렴과 복지부 협의 등을 거쳐 개선안을 최종 확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사후승인이 가능한 요양기관은 다학제적위원회 구성원으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3명 이상(사전승인은 2명 이상이면 가능) △혈액종양 분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 △외과계 전문의 3명 이상(최소 외과 2명이상 포함, 사전승인은 2명 이상이면 가능)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1명 이상이 상근해야 한다.
이번 사후승인제 도입으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다학제적위원회 협의 후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승인하기 전이라도 허가초과 항암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관련 병원은 다학제적위원회 협의 후 15일 이내에 심사평가원에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사후신청한 허가초과 항암요법이 승인되지 않은 경우 불승인 적용일부터 새 환자에게 관련 요법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기존에 사용해 오던 환자는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용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해당 병원은 불승인된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 관련 환자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며, 지속 사용을 결정한 사실을 심평원에 신고해야 한다.
심평원은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기관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개선안에 다학제적위원회 인적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요양기관도 공용 다학제적위원회(대한의사협회 운영 예정) 또는 연계 요양기관의 다학제적위원회를 이용해 사전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다른 요양기관이 심평원의 사용승인을 받은 허가초과 항암요법(기승인요법)은 사용 절차를 간소화해 환자 치료시작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변경했다. 즉 기승인요법을 사용하려는 요양기관이 다학제적위원회 협의 후 심평원에 신고만 하면 신고일로부터 허가초과 항암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기승인요법도 심평원장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내역을 제출하는 시기도 조정된다. 그동안 승인시점 기준 1년 단위로 사용내역을 제출토록 해 요법별로 자료 제출 시기가 달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승인시점에 관계없이 매년 3월 말까지 전년도 사용 내역을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