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트루바다’(성분명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르산염(TDF) 300㎎·엠트리시타빈(FTC) 200㎎, tenofovir disoproxil fumarate·emtricitabine)가 지난달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형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1) 노출전 감염위험 감소요법(PrEP, Pre-Exposure Prophylaxis)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했다고 7일 밝혔다. HIV치료제 중 이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트루바다가 유일하다.
길리어드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PrEP의 국내 도입 필요성과 트루바다의 임상연구 결과 등을 소개했다. 이 약은 HIV 음성이지만 감염위험이 높은 성인에서 성관계로 매개되는 HIV-1 감염을 예방한다. 음식물 섭취와 관계 없이 1일 1정 복용햐며, 투약 기간에 최소 3개월마다 HIV-1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 적응증 확대는 HIV-1 혈청학적 불일치를 보이는 이성애자 커플(두 사람 중 한 명만 HIV-1에 감염된 남녀 커플) 4747쌍을 대상으로 한 ‘Partners PrEP’ 연구, HIV-1 감염위험이 높고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HIV-1 음성 남성 또는 성전환여성 2499명이 참여한 ‘iPrEx’ 연구 등 두 건의 해외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트루바다는 이중맹검·무작위배정·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된 이들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트루바다는 Partners PrEP 연구에서 HIV-1 감염위험을 위약 대비 75%, iPrEx 연구에서 44% 각각 낮췄다. 이들 연구에서 트루바다의 활성성분인 테노포비르(tenofovir)가 혈장에서 검출된 그룹과 검출되지 않은 그룹을 비교·분석한 결과 혈장 검출군이 혈장 미검출군 대비 HIV-1 감염위험이 90%, 92% 낮았다. 이는 감염 예방효과를 높이려면 트루바다를 꾸준히 복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트루바다의 설사·요로감염·생식기궤양 등 대부분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과 유사했다.
PrEP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2014년 5월 세계 최초로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후 여러 나라에서 고위험군의 HIV 예방법으로 채택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6월 PrEP 요법 약을 필수의약품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대한에이즈학회는 같은 해 8월 PrEP 권고대상으로 △활동적인 남성동성애자(MSM, men who have sex with men) △HIV 혈청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이성애자 커플 △주사제 마약사용자와 같은 약물남용자 등을 꼽았다. 트루바다는 미국·영국·유럽·호주·대만 등 57개국에서 PrEP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신규 HIV 감염인이 늘고 있어 PrEP 도입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PrEP를 도입한 지역은 도입 전 대비 HIV 신규 감염인이 30~5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HIV 감염 예방법으로는 바이러스 노출후 예방요법(PEP, Post-Exposure Prophylaxis), 남성포피제거술, 콘돔사용 등이 있다.
전세계 HIV 신규 성인 감염인은 2010년 약 220만명에서 2016년 약 180만명으로 18%가량 감소한 반면 국내에선 같은 기간 837명에서 1999명으로 약 43% 증가했다. 2016년 한해 신규 감염인으로 신고된 1199명 중 연령대별로는 20대가 404명(33.7%)로 가장 많았고, 30대 289명(24.1%), 40대 223명(18.6%) 순이었다. 20~40대가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성(1105명)이 여성(4명)에 비해 11.8배 많았다. 감염경로 조사 결과 무응답 359건 제외하고 전부 성접촉으로 전파됐다. 2017년 기준 국내 누적 HIV 감염인은 12320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선 PrEP 도입 3년차인 2015년에 신규 감염인이 255명으로 도입 전인 2012년(453명) 대비 약 44% 줄었다. 영국 런던에서는 도입 이후인 2015년 10월부터 1년간 신규 감염자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도입 후 상반기 신규 감염인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 회장(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PrEP 요법이 도입돼 국내에서도 신규 HIV 감염인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약제비 부담과 사회적 차별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트루바다는 정당 급여가가 약 1만3700원으로 PrEP 요법을 시행할 경우 한 달 약값과 검사비(약 5만원)를 합치면 매월 약 46만이 든다”며 “환자가 약을 처방받으려고 내원하면 동성애자인 게 드러날까봐 병원 방문을 망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