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료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실시하자 ‘내국인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외국인 환자의 미용·성형수술 부가세 환급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용·성형시술을 받은 외국인 환자에게 환급된 부가세는 120억원에 달했다. 내국인 차별에 더해 ‘대형 성형외과 배불리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부가세는 2011년 의료인을 대상으로 처음 부과된 이후 매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부가세를 내지 않았다. 부가세가 부과되는 진료행위의 기준이 애매하고 복잡한 탓에 관할 세무서나 병원엔 진료서비스의 과세 여부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관련 법에 기재되지 않은 항목의 경우 과세 여부가 판례와 유권해석에 따라 좌우돼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부가세 과세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사업자등록을 면세사업으로 유지하다 뒤늦게 가산금을 내는 등 불이익을 보는 병원도 종종 있다.
의료인은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림에도 상당한 세금감면 혜택을 본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일부 미용·성형을 제외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의 의료서비스 용역, 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치과기공사·치과위생사의 용역, 약사가 제공하는 의약품 조제 등은 부가세가 면세된다.
부가가치세는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즉 마진(Margin)에 부과되는 조세다. 실제 세금은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소비자가 부담하며 소득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국내에선 재화나 용역의 최종 가격에 10%의 부가세가 포함된다. 납세의무자(기업)와 세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조세부담자(소비자)가 다른 간접세여서 직접세보다 조세저항이 덜한 게 특징이다.
수도, 교육, 의료·보건, 농수산물, 주택, 도서·신문, 종교 등 국민 기초생활에 필요한 재화·용역은 부가세가 면제된다. 의료인들은 부가세가 도입된 1977년부터 면세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던 중 2011년 7월 세수 확보를 위해 코성형수술, 쌍꺼풀수술, 지방흡입술, 주름살제거술, 유방확대·축소술 등 5개 치료행위에 부가세가 부과되면서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부가세가 붙어도 병원이 직접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료비에 10%의 부가세가 부과되면서 가뜩이나 고가였던 성형외과·피부과 진료비가 더 비싸져 환자 감소로 직결됐다.
2013년엔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중심으로 부과세 대상이 대폭 확대됐으며 치아미백 등 일부 치과 진료도 포함됐다. 현행법상 부가세 과세 대상엔 눈 영역에선 쌍꺼풀수술·상안검성형술·하안검성형술·몽고주름성형술·외안각성형술·애교수술·눈매교정술·눈미백수술이 포함됐다. 단 미용 목적이 아닌 시각기능 개선을 위한 상안검성형술, 안경을 대체하기 위한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 안와격리증·검열반·사시 교정을 위한 안과수술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코 영역에선 융비술·매부리코 및 긴코 축소술·휜코성형술·비첨(코끝)성형술·비익(콧볼)성형술, 안면윤곽 영역에선 양악수술(사각턱축소술·턱끝성형술)·주걱턱수술·무턱수술·돌출입수술·광대뼈축소 및 확대술·이마성형술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입술은 입술확대 및 축소술, 귀는 귓불성형술과 누운귀성형술에 부가세가 부과된다.
체형영역은 지방흡입술·엉덩이성형술·팔다리 근육확대 및 축소술·복부성형술·배꼽성형술·종아리퇴축술·유방성형술(유방확대 및 축소)·성기확대술·소음순성형술·사지연장술 등이 부가세 대상이다. 단 성기확대술의 경우 발기부전·불감증·선천성기형 치료 및 외상후 재건 목적일 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치아 영역에선 치아미백·라미네이트·잇몸성형술에 부가세가 부과된다. 단 충치치료에 필요한 라미네이트, 치아교정은 부가세가 면세된다.
피부 영역은 주근깨·흑색점·기미·여드름치료, 제모술, 탈모치료술, 모발이식술, 문신제거술, 피부재생술, 피부미백술, 항노화치료술, 모공축소술이 부가세 대상이다. 이중 피부재생술엔 자가혈소판풍부혈장주사술,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PDRN, Polydeoxyribonucleotide)주사술, 폴리락틱산(PLLA, Poly-L-Lactic-Acid) 주사술, 히알루론산주사, 레이저·필링제 시술 등이 포함된다.
항노화치료술은 주름 제거 목적의 보톡스(보툴리늄톡신)·필러주사, 히알루론산주사, 실 이용 안면거상술(리프팅), 성장호르몬주사, 남성호르몬주사, 태반추출물주사 등을 의미한다.
피부과 치료 중 색소질환의 일종인 검버섯·오타모반·염증 후 색소침착·편평모반 치료, 화상흉터·수두흉터 등 반흔제거술, 상처치료, 튼살치료는 부가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병원내 산후조리원의 경우 원래 부가세 과세 대상이었다가 2012년 면세 서비스(용역)로 확정됐다.
또 병원이 자체적으로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부가세 대상이다. 예컨대 소아과는 어린이용 영양제, 산부인과는 빈혈약, 정형외과는 칼슘제, 안과는 눈 영양제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한방에서 실시하는 미용 목적 침술, 연구 및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 추출 및 보관에도 부가세가 부과된다. 줄기세포는 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초기 관절염 치료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정형외과 병원들은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면세사업자에서 과세사업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부가세 진료를 보는 의료기관은 진료 제공일로부터 20일 내에 사업자등록을 면세사업자에서 과세사업자로 변경해야 한다. 제 때 신고하지 않으면 미신고 기간 중 과세 공급가액의 1%가 가산세로 부과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볼 수 있다.
의료계는 애매모호한 과세 및 면세 구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같은 치료법이라도 어떤 부위에 어떤 용도로 적용하는지에 따라 임상효과가 다르고 미용 목적인지 치료 목적인지 딱 잘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며 “주름제거 목적이 아닌 보톡스·필러시술이 면세 대상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항목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