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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치아임플란트 건보재정 부담 눈덩이 … 문제는 ‘수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1-29 11:57:27
  • 수정 2018-02-05 15: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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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수가 123만원 과다책정 논란, 개원가 80만원선 … 적정수가 70만원 주장도

치과는 다른 진료과에 비해 비급여 진료항목이 많고 진료 단가도 비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유독 크다. ‘가족 중 두명만 치과에 다녀도 집안이 휘청거린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특히 치아 임플란트는 급여 적용 전 한 개당 비용이 140만∼200만원에 달해 고령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비급여는 의료기관이 관행적으로 수가를 결정하는 구조라 일부 치과의사들이 담합해 과도하게 비싼 진료비를 받고, 저렴한 시술비를 받는 병원이나 의사를 왕따시키거나 영업방해를 일삼는 등의 폐단도 발생했다.

그러던 중 2014년부터 75세 이상 환자의 임플란트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 오는 7월부터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케어’의 영향으로 65세 이상의 치아 임플란트시술 본인부담금(1인당 2개 한정)이 기존 50%에서 30%로 감소된다. 이럴 경우 환자는 임플란트 한 개당 37만원(보험수가 123만원의 3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치아 임플란트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행 65세 이상 노인의 임플란트 보험수가는 123만원(병원급 기준)선이다. 이 중 행위수가가 108만원(병원급 기준), 고정체(픽스처)·지대주(어버트먼트)를 포함한 재료비가 15만원이다. 치과계 안팎에선 너무 높게 책정된 치아 임플란트 수가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임플란트시술의 경우 환자 생명과 직결되지 않고 다른 외과수술보다 어렵지 않은데도 수가가 높게 책정돼 치과의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일부 네트워크병원들은 고령층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훨씬 전인 2011년부터 임플란트시술 비용을 관행수가의 절반 수준인 70만~80만원대로 낮춰왔다. 이벤트성으로 60만~70만원대도 종종 등장했다. 이로 인해 임플란트 가격 ‘거품’ 논쟁이 일자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 등 네트워크병원들이 ‘시장질서를 흐린다’며 몰아세웠고, 그 결과물로 1인 1의료기관 개설을 골자로 하는 ‘반(反)유디치과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임플란트 가격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2014년 75세 이상, 2016년엔 65세 이상 노인의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본인부담률을 50%로 낮췄다. 하지만 ‘반값 임플란트’라는 정부의 홍보가 무색할 정도로 환자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미 개원가 임플란트 비용이 70만~80만원대로 떨어져 있어 보험 임플란트와 일반 임플란트의 가격차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무조건 반값에 치료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환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반값 임플란트가 아닌 제값 임플란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한 치과계 관계자는 “공공병원이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병원이 아무런 근거 없이 무작정 시술비를 낮추지는 않는다”며 “네트워크병원의 경우 임플란트 치료재료를 도매가로 저렴하게 공동구매할 수 있고 마케팅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보험수가나 기준이 된 관행수가가 최저가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임플란트 주요 대상인 노인의 상당수는 치아 상실 부위가 커 다수의 임플란트 식립이 필요한 데다 치조골이 부실한 탓에 인공뼈 및 잇몸 연조직까지 이식해야 하므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고 시술 한 건당 1~2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존 관행수가의 70% 수준인 현재 행위수가가 과다 책정됐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치아 임플란트시술의 적정수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저수가로 신음하고 있는 다른 의료 파트에 비해 수가가 치과의사에게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같은 치과치료 중에서도 사랑니 발치의 경우 고난도 술기를 요구하고 신경마비 등 부작용 위험이 높은데도 진료수가가 4만~7만원으로 10만원도 채 되지 않아 개원가에서 기피대상 1호가 된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정계·법조계·의료계 인사 모임인 반값의료정책포럼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적정 보험임플란트 수가로 70만원을 제시했다. 이미 개원가 관행수가가 80만원대로 내려간 상황에서 보험수가는 당연히 그보다 낮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럴 경우 현행 본인부담금 50%를 적용하면 환자는 임플란트 한 개당 35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현실적인 수가 조정 없이 무조건 본인부담률만 낮추는 것은 과잉진료를 유발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치과의사와 임플란트 제조·판매기업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본인부담금이 인하되더라도 그 차액분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보전하기 때문에 치과의사의 수익은 그대로다. 오히려 ‘건강보험되니까 임플란트하세요’라며 시술을 적극 권유해 매출을 올릴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임플란트시술을 해주겠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케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치과의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임플란트 시술 건수가 늘수록 건강보험의 재중 지출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 임플란트 시술 환자 수는 2014년 2만1805명에서 2016년 30만543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보험이 적용된 임플란트 판매량도 3만6702개에서 49만1083개로 늘었다. 한국도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접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임플란트시술로 인한 건보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년기 치아 상실은 삶의 질 감소와 직결되므로 임플란트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은 당면 과제가 맞다. 다만 비현실적인 수가를 먼저 조정한 뒤 여유분의 건보재정을 본인부담금 인하에 사용할지, 보험적용 대상 확대에 사용할지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치과의사들의 자발적 참여도 요구된다. 수익 증대를 위한 ‘임플란트 만능론’을 지양하고, 노년기 이전 치주질환에 대한 예방적 치과치료나 초기 보철치료 관련 대국민 홍보·교육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의사회의 가격담합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관련 전문가들과 수가 원가 산출을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임플란트시술의 적정 관행수가 및 행위수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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