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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아서’, ‘미안해서’ … 외로움·효심 악용 ‘의료 떴다방’ 기승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1-22 10:01:57
  • 수정 2020-09-13 15: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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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부르며 살갑게 접근, 의료기기 체험방으로 유도 … 허위광고로 수십배 폭리
건강기능식품이나 의료기기를 허위·과대광고해 비싸게 판매하는 ‘의료 떴다방’은 영수증이나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수시로 장소를 바꾸는 ‘메뚜기식’ 이동 영업을 하기 때문에 구매취소나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네회관이나 도심 빈 건물에 노인을 상대로 의료기기 무료체험방을 차려놓고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를 허위광고해 비싸게 판매하는 ‘의료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떴다방으로 불리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와 의료기기체험방 등 969곳을 합동 단속해 불법행위를 일삼은 42곳을 적발했다. 주요 위반사항은 일반식품의 질병치료 효능·효과 허위·과대광고가 3건, 건강기능식품 질병치료 효과 허위·과대광고 6건, 의료기기 효능 거짓·과대광고 23건, 공산품 허위광고가 10건이었다.

경기 안양 소재 A업체는 의료기기 무료체험방을 차려놓고 노인을 대상으로 벌꿀·생지황즙·인삼 등이 들어간 건강차를 치매·당뇨병·혈압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허위·과대광고하고 구매를 유도했다. 이들은 한 개당 16만5000원인 제품을 30만원으로 부풀려 총 24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대전 서구 소재 B업체는 전단지로 50~60대 부녀자를 모집한 뒤 비타민 영양제를 전립선질환·요실금·방광염에 효과적이라고 광고해 6배 비싸게 팔아치웠다.
서울 중구 소재 C업체는 노인들이 지인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하루 평균 100여명의 노인을 모은 뒤 일반 추출가공식품을 소화기질환·부인과질환·무릎관절통 치료약으로 속여 약 1740만원어치 판매했다.

이밖에 통증완화 효과만 있는 적외선 조사기를 ‘고지혈증·암·고혈압·관절염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거나, 정상가 25만~45만원인 전기장판을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며 세 배 높은 가격에 판매하거나, 온열기를 암 예방과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라며 구입을 종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떴다방은 동네회관이나 빈 상가건물 등을 임대해 할인상품 등을 판매하는 행위다. 2~3개월간 영업하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행태가 반짝 한탕을 노리는 부동산 떴다방과 유사해 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이들은 일반 건강기능식품을 암세포 제거, 백혈병 치료, 파킨슨병 예방 등 효과가 있는 ‘신비의 약’으로 둔갑시켜 수배에서 수십배 비싸게 팔아치운다. 경찰정 조사에 따르면 떴다방 피해 물품으로 건강보조식품이 36%, 생활용품 20%, 의료기기가 17%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엔 빈 사무실을 임대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아예 건강기능식품 일반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장을 임대하기도 한다. 불법 판매를 위해 물품을 소개하는 강사와 바람을 잡는 판매책 등을 갖추고, 규모가 큰 조직은 관광을 시켜준다며 아예 관광버스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전문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전화로 판매를 강요하거나, 조직망을 갖춘 홍보관을 운영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노인과 부녀자를 대상으로 평상시에 냄비 등 생활용품이나 미끼상품을 저가로 판매하면서 관심을 유도한 뒤 특정기간을 정해 주력 상품인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를 시중가보다 2~4배 비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의료기기 체험방 등을 차려놓고 1000원에 2~3시간 이용하게 한 뒤 구입을 종용하고, 아예 회원제로 특별관리하기도 한다. 포교원 등에서 종교행사를 가장해 영업하는 사례도 적잖다. 단속에 대비해 떴다방 내외부에 CCTV를 설치하고 현장감시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자체 감시체계를 갖추고 수시로 장소를 바꾸는 ‘메뚜기식’ 이동 영업을 해 적발이 쉽지 않다. 당연히 사업자로도 등록하지 않고 영수증이나 계약서도 없어 구매 취소나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가족이 떴다방 피해를 당했다던 주부 이모 씨(60) “시어머니가 가져온 물건을 환불하려 했지만, 이전 주소로 찾아가 본 매장은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며 “시어머니가 주소를 알려주지 않고 카드나 영수증도 보여주지 않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2주에 1~2일가량만 집중적으로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방법도 나오고 있다. 평상시엔 냄비 같은 생활용품을 팔다가 라면이나 잡곡 등 일반식품을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파는 이벤트를 가져 노인 또는 부녀자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가진 뒤에 하루 이틀 집중적으로 파는 식이다. 

주요 타깃은 혼자 사는 노인들이다. 자식들과 떨어져 외롭게 사는 노인들은 ‘아빠, 엄마’하며 살갑게 접근하는 떴다방 조직원들이 마치 멀리 떨어진 자식 같아 쉽게 맘을 연다. 핵가족화로 명절이 아니면 자녀를 보기 힘든 나머지 정에 굶주려 있는 것을 약점으로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안면을 트고 살갑게 대하니 정이 들어버린 노인들은 막상 사기를 당해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2016년 경찰청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61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가 떴다방 사기를 당했지만 그냥 참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친구나 친척에게 하소연했다는 응답이 25%였고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5%에 그쳤다. 신고를 참는 이유로는 피해가 사소해서가 28%로 가장 많았고, 범인이 아는 사람이라서가 22%로 뒤를 이었다. 경찰서에서 “왜 그런 사기꾼들한테 돈을 뜯기냐”며 타박하는 아들에게 “매정하고 무관심한 아들놈보다 살가운 사기꾼이 낫다”며 받아친 할머니의 사례도 전해진다.

부모를 수시로 보지 못하는 미안함을 돈이나 선물로 때우려는 자녀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평소 자주 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부모가 ‘의료기기를 사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하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정에 주린 노인, 항상 죄송해 하는 자녀들의 마음을 의료 떴다방 업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자식같이 생각되고 동질감까지 생기면서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술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만성질환에 노출돼 있는 고령층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료기기를 전문가와 상의 없이 사용하면 건강상 불이익을 볼 확률이 높다”며 “의료계 차원에서 떴다방 등 불법 허위·과대광고 행위에 대한 제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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