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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작닥’ 의료앱 전성시대 … 과도한 이벤트광고, 시스템 불안정 숙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1-11 12:23:49
  • 수정 2018-01-16 18: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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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실패 후 2세대, 공공데이터 개방 호재로 매출 상승 … 애매한 규제, 소비자·업체 혼란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병원을 알아보거나 진료를 예약하는 ‘병원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의료정보서비스 ‘작닥(ZOCDOC)’을 벤치마킹한 국내 ‘굿닥’, ‘똑닥’, ‘포켓닥터’, ‘열린닥터’ 등 의료정보 애플리케이션은 병원 찾기, 의사 추천, 시술후기 공유, 건강정보 제공 같은 모든 병원서비스를 한 화면에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직관성, 편의성, 만족도가 높다. 특히 젊은층은 스마트폰앱 활용도가 높고, 기성 세대와 달리 병원 선택 시 언론 기사나 병원 홈페이지 정보보다는 SNS에 올라오는 시술후기 등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의료정보 앱의 수요가 월등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전망도 존재한다. 의료계에선 앱에 실리는 미용·피부·성형시술 할인이벤트 광고가 의료소비자의 올바른 병원 선택을 방해하고, 과잉 진료·수술을 야기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광고가 환자 유인·알선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는지도 논란거리다. 규제 혹은 허용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손놓고 있는 보건당국 탓에 앱 개발업체와 의료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닥은 의사·병원 검색 및 진료예약 등을 돕는 의료플랫폼 회사로 미국 내 2000여개 도시, 6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기업가치가 18억달러(2조원)에 이른다. 현재는 보안 문제로 한국에서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2010년대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됐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악명 높은 중국 해커들이 치료비 결제정보, 환자 개인정보 등을 해킹하는 사례가 잦아 아직 실익이 나지 않은 여건을 감안, 중국 한국 등 동북아 지역의 사이트 검색을 작닥 스스로 차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병원 O2O 서비스가 처음부터 ‘대박’을 친 것은 아니다. 2012년 작닥을 표방한 국내 1세대 의료정보서비스 사이트들이 일제히 문을 열고 이전까지 의료정보 제공을 독식해왔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해 5월 ‘굿닥’을 시작으로 8월에 ‘오마이닥터’, 9월엔 ‘닥닥’이 운영에 들어갔다.

굿닥은 의사 3000여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병원 검색 및 1대1 상담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오마이닥터는 비급여 비중이 높은 미용·성형·치과시술의 비용, 과정, 예후, 치료 전후 사진을 공개하고 환자들이 시술 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닥닥은 모기업이 싱가포르 회사인 점을 십분 활용해 국내를 넘어 싱가포르·홍콩·일본 등 아시아 권역 전체 의료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바로 진료예약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차별화했다.

하지만 굿닥을 제외한 나머지 1세대 사이트들은 현재 대부분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오마이닥터는 2013년 이후 페이스북이나 카페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으며 사이트는 잠정 폐쇄됐다. 닥닥 사이트는 현재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만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 병원·의사 검색 기능은 남아있지만 데이터베이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유명무실하다. 앱 서비스도 중단됐다.
굿닥은 다른 경쟁업체들처럼 2013년 경영 악화로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가 모바일 인터넷서비스 제공 기업인 옐로모바일 일원으로 합류하면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1세대 의료정보 사이트들의 실패한 것은 당시 의료시장 자체가 의료법으로 묶여 광고 등 합법적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의료 관련 앱 개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부족으로 사이트의 안정성과 직관력이 떨어졌고, 기존 포털에 비해 의사 및 질병 관련 데이터의 양이나 다양함이 부족했다”며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한국식 작닥은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큼 획기적이거나 매력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니 광고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자연스럽게 경영 악화와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2015년 정부 3.0사업의 하나로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이 추진되면서 병원 O2O 서비스도 재차 활기를 띠게 됐다. 그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진료정보, 의약품, 지역별 요양기관 정보 같은 의료 분야 공공데이터 3250억건을 담은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오픈했다. 이 시스템은 비즈니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정보를 API(개방형 정보제공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의료계도 스마트폰 앱의 유용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의료시장에 O2O 바람이 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에 발맞춰 2015년부터 똑닥, 열린약국, 포켓닥터, 마이닥터 등 2세대 의료정보 앱이 잇따라 출시됐다. 현재 이용 빈도가 가장 높은 앱은 1세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굿닥과 후발주자인 똑닥이다.
옐로오투오 산하 케어랩스가 개발한 굿닥은 △내 주변 병원·약국 찾기 △상황별 병원 찾기 △병원 이벤트 모아보기 △굿닥캐스트 등 기능을 제공한다. 굿닥 관계자는 “여의사 산부인과 병원, 외국인 진료 병원,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등 테마별로 병원을 검색할 수 있는 테마병원 찾기가 인기”라며 “건강 및 의료 관련 정보를 재미있게 풀어낸 굿닥캐스트 메뉴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모바일을 통한 진료예약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앱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는 320만건을 기록 중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브로스가 개발한 똑닥도 굿닥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실시간 병원접수시스템과 처방전 조회기능을 탑재해 차별화를 뒀다. 단 굿닥과 달리 약국 정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250만건이다. 이밖에 포켓닥터·탑닥·닥차사·아파요·하이닥 등이 후발주자로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성형외과 정보만을 공유하는 ‘강남언니’, ‘바비톡’ 같은 앱도 인기다.

하지만 의료정보 앱에 대한 전망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벽은 의료법에 따른 규제다. 국내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금지한다. 단순 건강정보 제공 외에 진료나 치료를 목적으로 한 O2O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잘 짜여진 국민건강보험 체계도 의료 앱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닥이 성공한 이유는 미국의 불완전한 의료보험 체계에 있다”며 “한국 같은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없는 미국에선 가입한 민간보험 종류에 따라 치료비가 천차만별이고, 보험별로 적용되는 병원이 달라 관련 정보를 통합적으로 보여주고 복잡한 진료예약까지 대행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은 비급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진료 영역이 건강보험 아래 묶여 있어 환자가 민간 의료정보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시스템도 의료정보 앱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앱과 병원 오프라인 업무가 연계되지 않아 앱으로 진료를 접수했는데 정작 병원에선 접수가 확인되지 않거나, 시스템 오류로 해당 날짜에 문을 열지 않은 병원이 현재 운영 중인 것으로 검색돼 혼란스럽다는 사용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회원가입 및 로그인, 인증 절차에 번거로움을 느끼는 사용자도 많다. 전화 한 통이면 간단히 진료예약이 가능한데 굳이 스마트폰앱을 내려받아 회원가입과 사용자 인증까지 해가며 이용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다.

과도한 성형·피부·미용 광고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료정보 앱은 이용료가 무료인 대신 병·의원의 의료광고를 주수입원으로 한다. 앱 내에 병원 이벤트 보기란을 따로 만들어 의료광고를 싣는다. 문제는 단순한 병원 배너광고가 아니라 필러, 쌍꺼풀, 교정, 안면윤곽, 지방흡입 등 비급여시술의 할인패키지 광고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시술 전후 사진은 기본이고 회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해주겠다는 식의 광고가 넘쳐난다. 병원이나 시술 후기도 소속 직원들이 작성한 것처럼 홍보성인 경우가 적잖다.

현행 의료법 제27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단체들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로부터 의료광고사전심의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은 탓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의협 관게자는 “광고심의 위헌 결정으로 사전 규제수단이 사라져 사후처리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다시 법안을 발의하든지 아니면 공익적인 측면에서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정부의 의료광고 규제 범위가 오프라인(옥외광고 등)이나 소셜커머스(진료비 할인쿠폰 등) 등으로 확대되면서 모바일앱을 통한 불법 의료광고가 횡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소셜커머스를 통해 진료비 할인 등 병원 이벤트가 난무하자 보건당국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업체가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할인쿠폰이나 시술권을 판매한 행위를 환자 유인으로 본 셈이다.

앱 업체들은 광고 주체는 의료기관이고 업체는 이벤트광고 노출의 통로만 제공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모바일앱이 특정 페이지만 광고공간으로 제공하고 광고 주체가 의료기관이면 앱 업체가 병원에 환자를 보내면서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거나, 시술비 일부를 돌려받는 등 뚜렷한 불법 행위가 없다면 제재할 방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어떤 의료광고든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심의대상이 아니어도 행정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규제와 허용의 경계선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해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정보 모바일앱에 실리는 광고가 의료법 위반이라면 확실하게 뿌리를 뽑든지, 아니면 반대로 규제를 풀어 앱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병·의원이 자유롭게 광고·홍보 효과를 보고 O2O 서비스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든지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보건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 의료소비자의 혼란을 줄여주고, 합법적인 O2O 서비스 활성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단체는 의료정보 앱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환자유인알선 단속 차원에서 앱이 운영 또는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시각이지만 복지부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가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만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광고가 풀린 마당에 의료기관 알선 앱의 활성화를 막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간주되고, 반대로 의료 앱을 확 풀어놓으면 과잉진료와 환자 의료비용 부담 가중이란 부작용이 심각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의사단체 및 소비자단체와 협의해 논란이 될 애매한 규제를 정리해 공익을 증진하고 관련 산업을 진흥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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