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비뇨기계질환과 뼈 건강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립선암은 예외다. 이 질환은 유방암과 함께 뼈(골) 전이가 유독 잘 되는 암으로 꼽힌다. 전체 전립선암의 3분의 1은 전이되며, 전이성 전립선암의 65~75%가 뼈에서 발생한다.
혈관을 통해 골반뼈와 척추뼈 등으로 전이된 암세포는 뼈 표면에 분포한 신경을 자극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또 뼈를 생성하는 조골세포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균형이 깨지면서 골 파괴가 가속화된다. 결국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병적 골절 발생률이 급증할 수 있다.
뼈 전이 환자의 약 3분의 1은 척추뼈에 퍼진 암세포가 척수신경을 압박해 사지마비, 보행장애, 배변장애, 호흡곤란 등을 겪게 된다.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극심한 통증이 반복되다보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도 동반된다. 이처럼 암세포가 뼈로 전이돼 나타나는 증상을 ‘골격계 합병증(SRE, Skeletal-Related Events)’이라고 통칭한다.
전립선암 치료가 뼈를 약화시키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뼈를 굵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를 자극해 전립선암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치료시 이 호르몬을 억제하는 ‘안드로겐 박탈요법(ADT, androgen deprivation therapy)’을 실시한다. 이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억제되면 골밀도가 10배 빠르게 감소하면서 뼈의 강도가 약해지고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뼈를 포함해 다른 부위로 전이된 전립선암은 예후가 좋지 않고 기본 암치료에 방사선치료나 외과수술이 추가로 필요해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이 크다. 홍성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비뇨기종양학회 홍보이사)는 “암세포가 전립선 내에 국한된 전립선암은 5년생존율이 거의 100%에 달하지만 전립선을 벗어난 전이성 진행암은 약 42.1%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전이암의 발생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또 어떤 조건에서 암세포가 뼈로 전이되는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아 사전에 전립선암 발병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전립선암은 45세 이하에선 드물다가 50대 이후부터 발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환자는 2012년 5만413명에서 2016년 7만2620명으로 2만2207명(44%) 늘었고, 50대의 증가율이 44.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최근엔 비만 유병률이 높아지며 젊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기저질환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 환자는 일반인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1.45배, 당뇨병은 1.29배, 이상지질혈증은 1.4배 높아질 수 있다. 질환이 없더라도 복부둘레가 90㎝ 이상인 복부비만 남성은 전립선암 위험이 1.32배 증가한다.
이 질환은 전립선특이항원(PSA)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PSA 수치가 3~4ng/㎖ 이상이면 확진을 위해 전립선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정상 수치는 약 1~1.5ng/㎖이다. 암이 확진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로 병기를 결정한다.
암세포가 전립선내에 국한된 국소 전립선암은 복부절개 후 병변을 제거하는 근치적 전립선절제술이나 방사선요법으로 치료한다.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된 진행성 전립선암은 호르몬요법이나 항암치료 같은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홍 교수는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1주일 중 5일, 하루에 30분씩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고, 지방 함량이 높은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며 “50대 이상 남성은 연 1회,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0대부터 연 1회 전립선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