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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회 투여 GLP-1유사체 릴리 ‘트루리시티’, 노보노디스크 ‘오젬픽’ 등장에 바짝 긴장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1-02 16:35:48
  • 수정 2021-07-06 03: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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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젬픽, ‘SUSTAIN 7’ 임상서 혈당강하·체중감소 효과 우월 … 심혈관계 사망위험 26% 낮춰

지난달 5일(현지시간) 주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glucagon-like peptide-1) 유사체인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제약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티드, semaglutide, 국내 미출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2형 당뇨병치료제로서 시판승인을 받았다. 18일에는 유럽에서 허가권고를 받아 이르면 2~3개월 내 현지 품목허가가 예상된다.

이 약은 세계 주1회 투여 GLP-1유사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 일라이릴리의 ‘트루리시티’(둘라글루티드, dulaglutide)와 40주간 직접 비교한 3상 임상연구 ‘SUSTAIN 7’에서 우월성을 입증했다. 당화혈색소(HbA1c) 강하, 체중감소 효과가 더 뛰어났다. 트루리시티도 주 1회 자가주사한다.

오젬픽은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상반기 미국 GLP-1유사체 시장점유율 1위(46%)를 기록한 1일 1회 투여 GLP-1유사체 ‘빅토자’(리라글루티드·liraglutide)의 후속제품이다. 트루리시티가 2014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빠르게 성장해 현지 시장점유율 2위(34%)를 기록, 빅토자를 매섭게 추격하자 노보노디스크가 다시 달아나는 모양새다.

국내에선 빅토자는 급여등재에 실패한 반면 트루리시티는 ‘AWARD’ 3상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트루리시티는 IMS데이터 기준 지난해 상반기 40억원어치가 처방돼 전년 연매출액 1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2분기 GLP-1유사체 시장에서 약 8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급여 인정 기준은 △메트포르민(metformin)·설포닐우레아(sulfonylurea) 병용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중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거나 인슐린요법을 할 수 없는 경우 △인슐린(단독 또는 메트포르민과 병용) 투여 후에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서 기저인슐린과 병용투여하는 경우다.
 
SUSTAIN 7 임상에는 평균 HbA1c가 8.2%, BMI 33.5, 체중 95㎏으로 비만인 제2형 당뇨병 환자 1201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오젬픽 저용량(0.5㎎) 투여군은 당화혈색소가 1.5%p 감소한 것에 비해 트루리시티 저용량(0.75㎎) 투여군은 1.1%p에 그쳤다. 오젬픽 고용량(1㎎) 투여군은 1.8%p, 트루리시티 고용량(1.5㎎) 투여군은 1.4%p 각각 감소했다.

이들 치료제의 효과 차이는 용량에 관계 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오젬픽 저용량 투여군은 미국당뇨병학회(ADA)가 권장하는 수치인 당화혈색소 7% 이하 도달률이 69%로 트루리시티 저용량 투여군의 52%보다 높았다. 오젬픽 투여군은 체중이 평균 4.6㎏ 줄어든 반면 트루리시티 투여군은 2.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각 그룹의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비율은 44% 대 23%였다.
오젬픽 고용량 투여군은 당화혈색소 7% 이하 도달률이 79%로 트루리시티 고용량 투여군의 68%보다 높았다. 오젬픽 투여군은 체중이 평균 6㎏ 줄어 트루리시티 투여군의 3㎏보다 감소 효과가 컸다. 각 그룹에서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비율은 63% 대 30%였다.

최신 당뇨병약인 GLP-1유사체,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sodium glucose cotransporter-2)억제제 중 일부는 FDA 허가조건인 심혈관계 안전성 확인을 넘어 직접적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했다. FDA가 당뇨병신약 허가조건에 심혈관계 안전성 입증을 명시한 것은 2007년에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치아졸리딘디온(TZD, thiazolidinedione) 계열 경구 당뇨병약 ‘아반디아’(로지글리타존, rosiglitazone) 복용이 심근경색증 발생위험을 높인다는 메타분석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부터다.

오젬픽은 2년간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인한 ‘SUSTAIN 6’ 임상에선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상대적 사망위험을 위약 대비 26% 감소시켰다. 트루리시티보다 심혈관계 보호혜택을 먼저 입증, 경쟁에서 유리해졌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젬픽 투여군은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6.6%(1648명 중 108명, 연간 환자 100명당 3.24건)으로 위약군(8.9%, 1649명 중 146명, 연간 100명당 4.44건)보다 낮았다. 오젬픽은 GLP-1유사체 중에선 빅토자에 이어 두번째로 심혈관 보호혜택을 입증했다.

빅토자는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LEADER’ 임상에서 위약 대비 전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13%(빅토자 투여군 대 위약군의 사건 발생률, 연간 환자 100명당 3.4건 대 3.9건), 심혈관계 관련 사망위험을 22%(연간 환자 100명당 1.2건 대 1.6건) 각각 낮췄다.

릴리는 트루리시티의 심혈관계 보호혜택을 입증하기 위한 3상 임상 ‘REWIND’를 진행 중이다. 이 약은 4건의 2상 임상과 5건의 3상 임상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 4가지 주요심혈관계사건(MACE, 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발생위험을 43% 낮췄다. MACE로는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인 심근경색 및 뇌졸중,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이 포함됐다.


트루리시티 투여군은 4가지 MACE 발생률이 0.67%(3885명 중 26명, 연간 100명당 0.66명)로 대조군(위약 또는 기존 치료제) 1.18%(2125명 중 25명, 연간 100명당 1.13건)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는 과거 데이터를 취합해 후향분석한 연구로 전향분석 연구보다 결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2013년 11월 FDA는 “아반디아의 임상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심혈관계 위험성을 증가시키지 않았다”며 기존 메타분석 결과를 뒤집고, 사용제한을 전면 해지했다.

GLP-1유사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장관호르몬인 인크레틴을 보충하고,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며,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 게 특징이다. 치료 1년 후에 체중이 2~3㎏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 2㎏ 줄어드는 경구 당뇨병약 SGLT-2억제제보다 체중감소 효과가 커 비만치료제로도 개발됐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를 적응증으로 갖고 있는 세계 첫 GLP-1유사체인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liraglutide)를 오는 3월에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삭센다는 빅토자(1일 1회 1.2~1.8㎎)와 성분이 같지만 허가용량이 1일 1회 3㎎으로 더 많다.

GLP-1유사체는 또 상부 위장관운동을 둔화시킴으로써 위장 내 음식물 비우는 속도를 늦추고, 뇌 시상하부의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떨어뜨린다. 혈당이 높을 때에만 당 분비를 억제해 인슐린 제제에 비해 저혈당 위험이 적다. 1일 1회 투여하는 기저인슐린 대비 투여주기가 긴 것도 장점이다.

SGLT-2억제제는 신장 사구체여과 과정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이 세뇨관에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하고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낮춘다. 이에 체중 및 혈압 감소효과가 있는 게 특징이다. 하루에 포도당이 약 70g 소변으로 배출돼 280㎉ 가량 칼로리가 제거된다. 대표 품목은 미국 얀센의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canagliflozin, 국내 미출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 등이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경미한 생식기감염, 탈수증 등이 있다.

GLP-1유사체는 흔한 부작용으로 구역·구토 등 위장장애, 심박동수 증가 등이 보고된다. 쥐실험에서 갑상선 C세포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인체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갑상선 수질암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

SUSTAIN 6 임상에서 보고된 오젬픽의 흔한 이상반응은 설사(18% 대 위약 11~12%), 오심(17~22% 대 8%), 구토(11~15% 대 4~5%)다. 트루리시티는 환자 1670명을 대상으로 위약 대비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흔한 부작용은 오심(12~21% 대 5%), 설사(9~13% 대 7%), 구토(6~13% 대 2%)였다. 저용량보다는 고용량에서 부작용이 빈번하게 보고됐다.

노보노디스크는 ‘SUSTAIN 1, 2, 3, 4, 5’ 등 5건의 3상 임상에서 같은 주 1회 투여 GLP-1유사체 계열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듀리언’(엑세나티드, exenatide, 개발명 ‘바이에타 LAR’)뿐 아니라 다른 계열을 대표하는 당뇨병치료제인 미국 MSD의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dipeptidyl peptidase-4)억제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 sitagliptin), 프랑스 사노피의 기저인슐린 ‘란투스’(인슐린글라진 100U/㎖, insulin glargine)와 직접 비교한 임상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바이듀리언은 1일 2회 투여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에타’(엑세나티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두 품목을 합친 엑세나티드 제제의 지난해 미국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16%로 빅토자, 트루리시티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

세계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는 오젬픽의 매출이 2022년에는 22억달러(약 2조3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빅토자, 바이듀리언처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오젬픽의 약가협상에 실패한다면 당분간 트루리시티를 꺾기 힘들 전망이다.

언급한 당뇨병치료제별 2016년 전세계 매출은 △란투스 57억1400만유로(약 7조3010억원) △자누비아는 61억900만달러(6조5000억원) △빅토자 200억크로네(약 2조6000억원) △인보카나 14억7000만달러(약 1조7040억원) △트루리시티 9억2550만달러(약 9840억원) △포시가 8억3500만달러(약 9680억원) △바이듀리언 5억7800만달러(약 6150억원) 순으로 높았다.

사노피는 한미약품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적용해 주 1회 또는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기저인슐린 에페글레나티드(efpeglenatide)의 글로벌 3상 임상을 지난달에 시작했다. 사노피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기저인슐린이 GLP-1유사체에 빼앗긴 당뇨병치료제 시장점유율 일부를 되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인슐린의 저혈당·체중증가, GLP-1유사체의 위장장애 부작용은 줄이는 대신 혈당강하 효과를 높인 기저인슐린·GLP-1유사체 복합제(사노피 ‘솔리쿠아’, 노보노디스크 ‘아이덱리아’ 등)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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