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임상용(의료용) 유전자검사에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검사의 표준화나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허투루 이뤄지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이 줄줄 새어나간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부터 NGS 유전자검사 중 새로 설정한 보험급여 기준에 적합한 일부에 대해 선별 급여하고 있다. 하지만 NGS 임상검사는 분석기관(의료기관 및 바이오기업)마다 상이한 연구용 분석시약(유전자패널)과 분석 프로그램(정보분석 파이프라인)을 사용해 검사실에 따라 분석결과가 다르게 나올 여지가 큰 상황이다.
게다가 NGS 임상검사의 건강보험 행위수가가 유전자 개수 혹은 유전자 길이에 따라 산정되고 있어 임상적 유용성이 낮은 유전자를 임의로 추가하거나 유전자 길이를 늘리는 일이 분석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진단이나 치료에 불필요한 유전자가 무분별하게 검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NGS 검사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기준으로 적응증을 허가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사실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재량으로 선별급여가 이뤄지는 셈이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NGS 검사로 확인돼도 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를 처방할 만한 근거도 박약하다.
현재 NGS 임상검사는 치료제 및 치료방향 등을 결정하는 표준검사법으로 인정받지 못해 기존 표준검사법인 단일 유전자검사를 추가로 해야 한다. 환자로선 이중 부담을 하게 되고, 당연 건강보험 재정도 낭비된다. NGS 임상검사 중 비유전성 유전자검사가 급여를 인정받으려면 필수유전자를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데 일부 필수유전자는 기존 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일유전자 검사 방식으로 확진돼야만 한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NGS 임상검사가 다른 체외진단의료기기 제품 검사와 결과가 다를 경우 의사의 치료방침 결정에 혼선을 빚게 만들기도 한다.
복지부는 NGS의 임상적 유용성은 일부 인정되지만 비용·효율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관련 산업 선진화를 위해 다른 임상검사 관련 조건부로 NGS에 대해 선별 급여하고 있다. NGS를 임상에 도입하면 진단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유전질환·희귀암 등)의 분자유전학적 원인을 밝히고,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료진·검사 업체 등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실제 시행해보니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정부가 NGS 임상검사기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바이오 및 의료기기 산업 육성 정책의지를 내세우다가 실효성을 확보하지 않은 의료행위에 돈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NGS 임상검사실 인증을 받은 요양기관(병의원)이 구비한 NGS 장비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경우 국내서 허가·신고되지 않은 분석장비를 써도 무방하다. NGS 장비 중 국내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품목은 미국 일루미나의 ‘MiSeqDx’와 써모피셔의 ‘Ion PGM Dx’ 2종뿐이다. 내년에 일루미나의 ‘NextSeq’도 시판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NGS 분석시약 중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품목은 아직 없다. 규제에 철저한 보건당국이 NGS만큼은 이해되지 않을 만큼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 법규상 유전자검사 제품을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분석장비(의료기기 1~4등급, 등급이 높을수록 위해성 증가)와 분석시약(체외진단의료기기 3등급 수준) 모두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전자검사 제품이 체외진단의료기기로 허가받으려면 개발 업체는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해 검사하고자 하는 유전자 관련 국내 발현율, 질환과의 연계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검체(샘플) 수 및 검사 데이터가 통계적 기준을 넘겨야만 유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NGS 임상검사에 필요한 분석시약 대부분은 임상적 유용성이 모호하거나 낮은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국내외 논문(임상문헌)에 보고된 유전자라면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도 채택하는 게 허용돼 있다.
NGS는 대규모 병렬형 염기서열분석법(massive parallel sequencing)으로 본래 전체염기서열분석(whole-genome sequencing, WGS)과 전체엑솜염기서열분석(whole-exome sequencing, WES) 용도로 개발됐다. 유전체(DNA), 전사체(RNA) 등 유전물질 조각을 분해한 다음 증폭시켜 여러 조각을 동시에 읽어내는 게 특징이다.
NGS 임상검사는 1개의 임상시료에서 다수의 유전자를 단번에 동시 검사할 수 있는 게 장점인 반면 한 번 가동에 최저 원가만 100만원이 드는 고비용과 긴 검사시간 탓에 여러 샘플을 동시에 분석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일반 체외진단의료기기는 각 검사의 민감도(sensitivity), 특이도(specificity)를 확보하기 위해 대조물질(정상, 돌연변이 유전자 포함 물질)과 임상시료를 동시에 분석하지만 NGS는 높은 비용 때문에 매번 대조물질을 동시에 분석하지 않으므로 분석결과의 신뢰도가 일반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NGS는 태생적으로 검사 결과의 정도관리(quality control)에 허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NGS 임상검사는 분석하려는 유전물질, 유전자 종류에 따라 분석시약 종류 및 시약 조성이 다양하다. 유전자 돌연변이 형태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분석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각 검사실이 사용하는 연구용 시약 및 자체 분석 프로그램 종류, 검사자의 분석 능숙도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즉 검사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을 표준화하기 어려워 결과 정확도를 보증할 수 없다.
NGS장비를 활용한 유전자검사 환경 및 절차 규제는 정부기관이 아닌 재단법인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의 ‘유전자검사 정확도 평가’에만 의존하고 있다. 분석결과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같은 이유로 의료계·바이오업계 일각에선 NGS 임상검사 허가·운영 기준을 다른 유전자검사 제품인 체외진단의료기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식약처도 이런 허점을 인지하고 ‘NGS 임상검사실, 검사분야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분석절차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NGS 임상검사실인증 검사분야별 가이드라인 마련 공청회’에서 식약처는 전체 NGS 임상검사실을 대상으로 NGS 임상검사 표준화 작업을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그 하나로 NGS 임상검사의 분석절차를 표준화하기 위해 검사지침과 대조군 등을 단일화(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바이오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심평원은 검사실별 NGS 분석시약에 포함된 유전자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즉 NGS 임상검사기관은 분석시약에 포함된 유전자 돌연변이 진단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체외진단의료기기의 허가 임상시험에 제출하는 자료 수준으로 확보해 심평원 등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보험수가를 유전자 수·길이를 기준으로 산정할 게 아니라 유전자 돌연변이 적응증이 급여기준이 되도록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등은 제도 개선을 통해 불필요한 NGS검사 오남용 요소를 제거, 유전자 중복검사를 통한 의료소비자의 경제적·시간적 낭비를 줄이고 건보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