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과 경기 지역에 많은 눈이 쌓이면서 시민들이 보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날씨 일수록 낙상사고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미끄러운 눈길과 얼어붙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낙상으로 인해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들은 낙상으로 인해 고관절이나 척추골절상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젊은층에는 손목이나 발목, 인대, 허리손상이 많다. 인대 손상은 방치하면 잘 낫지 않아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소홀이 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낙상으로 입원한 환자는 약 28만4000명으로 2011년에 비해 16%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에서는 2015년 약 12만4000명으로 2011년에 비해 32% 늘었으며 겨울철이 1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가량이 2주간 입원했고, 고관절의 경우 평균 25일 이상을 입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진호 강남자생한방병원장은 “겨울철에 추위 때문에 실외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활동량이 줄어들고 근육과 관절이 많이 굳게 된다. 이 때 눈길이나 빙판같이 미끄러운 곳에 넘어지거나 낙상으로 다치면 몸에 외력이 가해져 뼈와 관절이 손상되면서 염좌, 근육파열, 골절, 부종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빙판길은 어린이에게도 위험요소 중 하나다. 아이들이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상처를 단순 사고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손목, 발목, 팔꿈치, 무릎 등을 다치는 경우 성장판 손상을 의심을 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뼈가 유연해 X-레이로 발견이 어려울 수 있는데 이를 방치하게 되면 성장판 골절 후유증으로 인해 팔다리 한쪽이 짧아지거나 휘어지는 등의 성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다친 관절 부분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한쪽으로 휘어졌다면 성장판 손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골절이 의심된다면 당장 X-레이에 잘 나타나지 않더라도 1~2주 세심하게 관찰하고 다시 X-레이를 찍어보는 게 좋다.
노년층은 젊은 사람들보다 낙상에 많이 노출되고, 낙상 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신체 전반에서 운동신경은 무뎌지고, 근육량이 줄어들며,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골다공증까지 앓고 있다면 골밀도가 떨어져 작은 사고도 치명적인 부상으로 연결되기 쉽다.
골다공증 환자는 골절에 매우 취약하다. 건강한 뼈는 콜라겐, 칼슘, 인 등의 구성 물질이 꼼꼼하게 채워져 있다. 하지만 골다공증 환자는 뼈 구성 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 골밀도가 낮아진다. 골밀도가 낮아진 뼈는 그 자체만으로는 거의 증상이 없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처럼 조직이 헐거워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특히 증상이 심해져 중증 골다공증에 이르게 되면, 쉽게 골절되는 것은 물론, 골절이 생겨도 수술과 같은 적극적 치료가 어렵고 결과도 좋지 않다.
정호연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특히 노인은 엉덩이관절(고관절)이 골절되면 거동이 어려워져 근력과 뼈 강도가 더 약해지고 욕창, 패혈증, 폐렴 등 여러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넘어졌을 때 엉덩이 주변이 심하게 아프면 고관절골절일 가능성이 있어 스스로 일어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인은 척추압박골절 및 디스크질환이 동반돼 하반신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부츠는 발과 다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동시에 스타일도 살려줘 겨울철 인기 패션 아이템이다. 그러나 유행만 좇으며 스타일에만 신경 쓰다 잘못된 부츠 선택으로 겨울 내내 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다.
특히 눈길에 굽 높은 부츠나 밑창이 매끄러운 부츠는 낙상 위험도가 높다. 겨울철 레저 스포츠인 스키나 보드를 자칫 잘못 타다 넘어지면서 골반뼈, 손목뼈, 허리 손상 등 예기치 않은 부상에 노출되기 쉽다.
겨울철 낙상사고를 예방하려면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장갑을 사용하는 게 좋다. 높은 굽의 부츠보다 미끄럼 방지가 된 신발이나 부츠가 큰 부상을 예방해주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스키나 보드 등 겨울철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 전에 꼭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준 다음 즐기는 게 낙상사고를 예방 할 수 있다. 평소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진호 병원장은 “온찜질을 하거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혈액순환을 촉진하면 척추나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가 이완돼 낙상 예방에 도움된다”며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뼈와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과 평형감각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