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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안피고 공기맑은 시골 사는데 폐암 … 원인은 ‘방사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2-14 14:51:44
  • 수정 2021-07-06 03: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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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강암 기반 한반도, 라돈 농도 높아 … 건물 틈으로 유입돼 폐 흡착, 암세포 유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사결과 2010년 국내 전체 폐암 사망자 1만5625명 중 라돈이 원인인 환자는 1968명(12.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흔히 폐암의 주요인으로 담배를 떠올리지만 최근 몇 년 새 비흡연자 폐암 발생률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발병요인을 입증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이나 미세먼지가 새로운 폐암 발병요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방사성물질인 라돈(Radon)의 실체는 훨씬 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라돈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자연 방사성 기체로 토양이나 암석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수차례 붕괴되면서 생성된다. 공기보다 무거워 대부분 지표면과 가까운 실내에 축적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여러 지질 중 화강암과 변성암에 주로 존재하는데 한반도는 기반암의 대부분이 화강암이다. 이런 지질적 특징 탓에 한반도에선 라돈 노출 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 강원, 충북 지역은 한반도에서도 화강암 지대가 가장 넓게 퍼져 있는 지역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5~2016년 겨울철 전국 평균 라돈 농도는 95.4㏃(베크렐)/㎥로 실내 권고기준인 100~400㏃/㎥에는 못 미쳤지만 전세계 평균 농도인 39.0㏃/㎥보다는 3배가량 높다.

라돈은 방사선을 뿜어내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지만 무색·무미·무취인 탓에 발견이 어려워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이 물질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토양에 있던 라돈은 건물의 갈라진 틈이나 배수관으로 실내에 유입된 뒤 코와 입을 통해 체내에 유입돼 폐에 달라붙는다. 이때 라돈에서 방출된 알파선은 폐조직을 지속적으로 손상 및 변형시켜 암세포를 생성한다. 김기업 순천향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기 중 라돈이 모두 폐에 달라붙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숨을 내쉴 때 다시 밖으로 나온다”며 “하지만 들이마신 라돈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폐에 흡착되는 양도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돈은 담배와 좋지 않은 쪽으로 디너지(denergy, 시너지의 반대)를 낸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같은 농도의 라돈에 노출될 경우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비흡연자보다 9~10배 높다.

폐는 감각신경이 없어 암세포가 퍼지거나 감염 또는 염증이 생기더라도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초기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친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기침이나 가래 등 감기와 비슷해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

미국에선 2만1000명 정도가 라돈에 의해 폐암에 걸려 사망하고, 영국에선 폐암 사망 원인의 3.3%가 라돈이라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국내에선 상황이 더 심각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사결과 2010년 국내 전체 폐암 사망자 1만5625명 중 라돈이 원인인 환자는 1968명(12.6%)에 달했다.

폐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의 암도 유발할 수 있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백혈병, 림프종, 골수종 등의 발생 위험이 약 6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실이나 지상 1층은 땅 속에 있던 라돈이 벽이나 건물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와 농도가 높게 측정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 지표면 온도가 낮고 실내기온이 높은 시기엔 온도차에 의해 라돈이 실내로 유입될 확률이 높아진다. 2011년 환경부의 발표결과에 의하면 겨울철 실내공기 중 라돈 농도는 여름보다 152%가량 높다.

지하수나 온천수 속에도 라돈이 일부 들어 있다. 과거 국내에선 라돈이 함유된 온천수, 이른바 라돈탕이 피부질환·신경통·류마티스관절염·산부인과질환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라돈탕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방사선 호메시스 효과’, 즉 저선량의 방사선은 오히려 몸에 이롭다는 학설에 근거한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일본 등에선 라돈 온천을 치료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 호메시스 효과는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또 물에 녹아 있는 라돈은 그나마 덜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에 있던 라돈이 공기 중으로 날아올라 코와 입을 통해 유입될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지표면과 멀리 떨어진 고층아파트일수록 단독주택보다 라돈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 실내 라돈 농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6648가구 중 1082가구(16.3%)에서 권고기준치(1m³당 148㏃)를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이 전체 3440가구 중 918곳(26.7%)으로 라돈이 검출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높은층에 산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토양과 상관없이 건축자재로 인해 라돈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 라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토양이나 암석(화강암 등)으로 제작된 자재를 사용하면 실내 라돈 농도가 높아진다. 
대표적인 게 주택 벽체, 학교 및 사무실의 천장재로 많이 사용하는 석고보드다. 단 모든 석고보드가 위험한 것은 아니고 인산비료 부산물로 만든 인산부산석고가 다량의 라돈을 방출한다. 2010년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 유통 중인 석고보드 17종의 라돈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인산부산석고의 라듐 농도가 배연탈황석고보다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라돈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려면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자주 환기시켜 실내 라돈 농도를 떨어뜨려야 한다”며 “오래된 건물은 바닥이나 벽 등에 균열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살펴 바로 수리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라돈은 흡연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므로 금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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