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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해주사로 살 뺄 수 있나? … 한물 간 치료!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7-12-08 11:14:37
  • 수정 2021-07-06 02: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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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과 들쑥날쑥, 스테로이드 과도하면 피부 함몰 우려 … 미국선 지방흡입이 최선이라 여겨

‘44사이즈’, ‘베이글녀’ 등 지향하는 여성 몸매에 대한 기준이 너무 획일적인 요즘이다. 부위별 ‘이상향’이 존재하고 그에 부합하는 시술법도 다양해졌다. 지방흡입이 두려워 자주 애용하는 치료가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클리닉에서 흔히 시행하는 ‘비만주사’이지만 효과는 의문시된다.


1세대 비만주사는 지방분해주사·메조테라피 등이다. 지방분해주사는 20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끌었다. 미국 UCLA대 내분비학 전문의인 프랭크 그린웨이(Frank Greenway) 박사팀은 28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주 3~5회, 4주 동안 허벅지에 아미노필린·아이소프로테레놀을 주사해 큰 부작용 없이 허벅지 둘레를 줄어든 것을 확인한 것을 근거로 비만주사요법의 효용성을 내세웠다.


메조테라피는 1952년 프랑스 의사인 미셀 피스토르(Michel Pistor) 박사가 창안한 시술법으로 1987년 프랑스의학회에서 전통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았다. 국소부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지방분해를 촉진하고 탈모치료에도 도움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들 1세대 요법은 한국을 제외하면 ‘한물 간’ 치료법으로 여겨졌다. 다만 뒤늦게 동남아 미용클리닉 의사들이 한국의 1세대 요법을 배우는 정도다. 아직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리포라이시스(lipolysis)’ ‘리포디졸브(lipodissolve)’ 등으로 부르며, 일본 미용클리닉도 답습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은 편은 아니다.


미국에서 지방분해주사는 부위에 따라 1회 치료 당 150~800달러(15만~80만원)를 환자에게 청구한다. 한국의 최저가격이 1만~3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미국에서는 저렴하지 않은 비용, 환자마다 제각각인 만족도 탓에 수요자가 그리 많지 않다. 이중턱이나 청바지 위로 튀어나오는 머핀살 정도를 교정하는 데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부위가 넓은 복부, 허벅지 등에는 ‘글쎄올시다’라는 평가가 주종을 이룬다.


비만주사는 비만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지방세포 크기를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비만한 경우 지방세포 크기가 커져 있는데, 이 세포가 작아지면 신체 부피도 같이 줄어든다. 한 비만클리닉 원장은 “지방분해주사는 보통 3개월 정도 주기적인 시술을 받아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데다가 지방세포는 언제든지 다시 커질 수 있어 조금만 방심하면 요요현상을 겪기 쉽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피시술자들은 1주일에 한번씩 비만주사를 맞으며 거의 절식에 가까운 식단과 강도 높은 운동스케줄을 소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려면 주사 효과가 없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에 동의서를 써야 한다. 피시술자인 29세의 여성 피아노 강사는 “주사 효과도 있겠지만 하루에 500㎉ 정도의 식단과 유산소운동을 실천한 효과를 무시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청담동에서 미용클리닉을 운영하는 A모 의사도 “사실 지방분해주사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가장 효과적인 체형교정 방식은 지방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지방흡입수술’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방분해 비만주사를 맞고 살이 빠진 경우엔 대개 환자 스스로 느끼는 플라시보이거나 생활습관 교정에 따른 ‘일시적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뉴욕에서 레이저·미용수술 클리닉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골드버그 전문의는 “리포디졸브 등 비만주사는 분명 ‘사이즈 감소 효과’를 내지만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다”며 “피부 패임, 염증, 조직괴사 등이 대표적 부작용”이라고 손꼽았다. 그는 “비만주사는 지방흡입수술과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은 오프라벨 치료법”며 “일정한 약효를 발휘하는 게 아니고, 의사들이 재량껏 약물을 섞는 만큼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나오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는 등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세대 치료는 카복시테라피, PPC(포스타티딜콜린, phosphatidylcholine)주사다. 대표적인 비만주사 중 하나였던 ‘PPC’는 갑자기 비만치료 시장에서 사라졌다. 미국의 대형 연예인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머라이어 캐리의 몸매 비결로 PPC주사가 꼽혔지만 조직괴사 등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2011년에야 PPC 사용이 금지됐다.


PPC주사는 1959년 독일에서 간경변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위해 간성혼수 보조제로 처음 허가받은 뒤 일부 국가에서 이를 적용증으로 사용한 전문의약품이다. 비만치료에 효능을 인정, 허용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한 곳도 없다.

 

모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PPC는 지방세포뿐 아니라 주사제가 닿는 모든 조직을 녹이는 약”이라며 “지방세포 주변에 있는 혈관은 물론 근육조직도 녹아 출혈이 일어나거나 딱딱하게 응어리가 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영국과 독일은 PPC 주사제 활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FDA는 PPC주사를 살빼는 데 ‘오프라벨(허가 적응증을 벗어난 의사 재량의 처방)’로 쓰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카복시테라피는 1차적으로는 탄산가스로 지방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분해하고, 2차적으로 말초혈관 확장 작용을 통해 지방세포에서 방출된 지방산을 혈관으로 배출시킨다. 시술시간이 10~20분 내외로 짧고 지방흡입이 불가능한 부위에도 적용 가능한 게 장점이지만 여러번 치료받아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그나마 효과가 균일하지 않은 게 단점이다.


3세대 HPL테라피(Hypotonic Pharmacological Lipodissolution·저장성 지방분해약물 주사요법)는 저등장성 지방용해액을 제거하고 싶은 지방세포 축적 부위에 주사해 지방을 우려내는 효과를 노린다.

 

최근엔 의사의 재량껏 약물을 혼합하는 일종의 칵테일주사 요법인 ‘걸그룹주사(윤곽주사로 혼용해 부르기도 함)’까지 가세했다. 환자들은 무슨 성분이 들어가는지 궁금하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두루뭉술하게 대답한다. 시술 의사들은 성분 정보 공개를 꺼리며 ‘특별한 레시피’나 되는 것처럼 가장한다. 환자들은 ‘스테로이드가 들어갔나요’ 하는 정도로 묻고 만다. 대다수 의사는 PPC주사와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는다고 홍보하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스테로이드를 섞는다. 스테로이드는 윤곽주사의 단골로 근육을 위축시켜 얼굴살을 빼는데 효과적이지만 피부 함몰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대다수 미용클리닉 전문의들은 “복부나 허벅지가 아닌 국소 부위엔 지방분해에 도움되는 주사시술이 유용하지만 원하는 정도의 드라마틱한 체형교정 효과를 얻지 못해 돈만 날리거나, 의외의 부작용을 겪을 우려가 크다”며 “확실한 사이즈 변화를 원하면 지방흡입수술이 적격이고, 그것도 싫다면 가장 고통스럽지만 건강한 방법인 ‘정석 다이어트(운동 및 식이요법)’에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만시술 중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지방흡입수술이다. 특히 비만 정도가 심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몸매를 교정하고 싶다면 지방분해주사 치료보다 전신지방흡입 등 대용량 지방흡입이 유리하다. 하지만 수술요법은 마취사고에 대한 두려움, 시술 부위의 울퉁불퉁해짐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따라서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응급상황 대처능력을 갖췄으며 경험 많은 의사가 시술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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