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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병원 무용론 대두 … 300병상 미만 중소·전문병원 제한·퇴출론 솔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2-07 07:22:49
  • 수정 2021-07-06 02: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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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익 전 의원, 규모의 경제 못이루면 퇴출 … 기동민 의원, 전문병원 사후관리 강화 주문
중소병원 진입장벽을 높여 300병상 이하 병원의 설립을 제한함으로써 1차의원은 외래환자, 2·3차병원은 입원환자를 전담하는 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및 저수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의료기관들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신규 설립을 제한하고, 자격 미달인 일부 전문병원을 퇴출해 왜곡된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병원 구조조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줄곧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제한론을 주장해 온 김용익 전 의원의 차기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임명이 유력해지면서 이해 당사자인 중소병원과 전문병원들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소병원은 법적·학술적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보통 200~400병상을 보유한 종합병원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 기준 300병상 이상 중소병원(종합병원)이 301곳, 100~300병상은 1462곳이다.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국가경제가 건강해지듯 의료전달 체계가 제대로 잡히려면 중소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상은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고사 위기인 1차 의원들과 비슷한 처지이며, 오히려 인건비 부담 탓에 경영 사정이 더 좋지 않다. 특히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게 되면 중소병원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2015년 한국은행이 실시한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3차 대학병원) 100병상당 연간 의료수익은 241억원인 반면 중소병원은 129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의 공급과잉이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가장 큰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3년 기준 국내 전체 병상수는 63만114개로 2008년부터 매년 5.4%씩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5.53병상으로 OECD 평균 3.38병상보다 1.6배가량 많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약 2만개의 병원 병상이 공급 과잉인 상태”라며 “인구당 병상 수는 많은데 평균적인 병상 이용률은 50~60%(OECD 평균 75%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의료계 내부에선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을 정리해야 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용익 전 의원은 최근 개최된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 “국내 의료시장은 공급과잉으로 부실한 중소병원이 너무 많다”며 “병원의 법적 정의를 현행 100병상 이상에서 300병상 이상 시설로 변경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해 중소병원 신규 설립을 제한하고 1차 의원급은 외래진료, 병원급은 입원치료를 전담하도록 구조를 이원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소병원을 정리하면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수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병상 규모를 제한하면 입원환자는 대형병원, 외래환자는 의원급으로 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의사와 간호사 등은 대형병원으로 이동해 의료인력 구인난을 해결하고 한결 수월하게 환자 맞춤진료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들은 그동안 열악한 의료환경에서도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희생해왔는데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는커녕 ‘토사구팽’을 당하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소병원 관계자는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을 정리하면 그 역할을 1차 의원이 감당해야 하는데 이는 집단개원을 초래해 의료전달체계를 더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중소병원은 요양병원, 전문병원, 재활병원 등 세분화된 역할을 맡고 있는데 단순히 규모의 경제 원리로 시장에서 퇴출시키면 환자는 획일화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 제한론을 바라보는 전문병원들의 입장도 편치만은 않다. 최근 전문병원들은 의료분쟁 증가와 인증 후 사후관리 미흡 등을 지적받으면서 중간평가를 통해 자격 미달인 곳을 퇴출해야 한다는 외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엔 전문병원의 의료분쟁 건수가 늘어났다고 여당 의원이 지적하자 대한전문병원협회가 반박성명을 내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지난달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전문병원에서만 512건의 의료분쟁 발생했으며 1기에 비해 2기 병원들의 분쟁 건수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의료분쟁 발생 병원은 1기 61곳(지정 병원의 62%), 2기 76곳(68%)이었으며 전문병원 지정기간 동안 매년 분쟁이 발생한 곳은 1기 11곳(11%), 2기 22곳(20%)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그러자 전문병원협의회는 “‘신해철법’ 시행과 환자 권리의식 향상으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원 등이 전부 의료분쟁 증가로 몸살을 앓았는데 비교군 없이 전문병원 데이터만으로 의료분쟁 건수가 늘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기동민 의원 측은 “전문병원이라면 다른 곳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양호하다는 주장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전문병원에서 발생하는 주요 의료분쟁 사유는 △무릎관절수술 후 급성심근경색 사망 △골절수술 중 다발성 장기부전 사망 △고관절 무혈성괴사 치료 위한 인공관절치환술 후 횡문근융해증(근육이 녹는 병)으로 사망 △대장암을 만성염증 및 변비로 오진 △대장암 말기를 단순 치질로 오진 △주사바늘 장기간 교체 지연에 의한 감염 및 합병증 △복통으로 관장 후 장파열 사망 △허리통증에 대한 진통제 처방 후 사망 등이다.

진료 분야 별로는 전체 512건의 의료분쟁 중 관절이 186건(36%)으로 가장 많았고 척추가 120건(23%)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산부인과(51건), 정형외과(24건), 수지접합(18건) 순이었다. 사망 사건도 80건 중 관절이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척추(11건), 산부인과(7건), 뇌혈관(6건), 화상·정형외과(각 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병원협회 관계자는 “전문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 고난도 중증질환을 다루다보니 환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예기치 않게 환자의 예후가 나빠지는 상황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전문병원을 부도덕한 의료기관으로 보는 시선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병원 평가 기준은 환자구성비율, 진료량, 의료인력 및 병상 수 등 진료의 질보다는 양적인 부분에만 포커스가 맞춰졌다. 기동민 의원은 “‘얼마나 제대로 된 진료를 하고 있는지’ ‘의료분쟁 등 사고는 얼마나 발생했는지’ 등 진료의 질적인 측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3기 전문병원부터는 사후관리를 위해 중간평가를 통한 퇴출시스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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